미국 중간선거가 불과 4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휩쓸 수 있다는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9월 중 발표된 여론조사 및 분석 결과는 거의 대부분 전에 비해 민주당이 더 강한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각 분석기관에 따르면 디시전데스크HQ는 지난달 말 기준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할 확률을 75%, 상원을 장악할 확률을 55%로 평가했다. 선거 전문가 네이트 실버의 ‘실버 불레틴’은 민주당의 하원 장악 확률을 93%, 상원 장악 확률은 71%로 봤다. 피프티플러스원은 민주당이 상원을 가져갈 확률을 72%로 제시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이 하원은 탈환하겠지만 상원은 공화당이 지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공화당 내에서는 “이라크전으로 중간선거에서 상원을 넘겨줬던 2006년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하원, 민주 우위 뚜렷대부분의 선거 전문가들은 하원이 민주당에 넘어갈 것으로 점치고 있다. 선거전문매체 쿡폴리티컬리포트는 지난달 2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민주당이 하원에서 5~15석을 더 추가해 220~230석을 갖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공화 대 민주 의석수는 218석 대 214석(무소속 1석, 공석 2석)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운동의 핵심 지지층이 모여 있다고 평가받았던 텍사스와 플로리다 등에서도 민주당 지지세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쿡폴리티컬리포트는 하원 텍사스 제15선거구와 플로리다 제22선거구를 이전에 ‘공화 우세’로 분류했으나 현재는 ‘오차범위 내 접전(토스업)’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텍사스 제35선거구와 플로리다 제13 및 27선거구는 ‘공화 강세’에서 ‘공화 우세’로 가능성이 다소 낮아졌다. ‘공화 확실시’였던 지역구들은 ‘공화 강세’로 조정됐다.
보수성향의 폭스뉴스 평가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2일 발표한 파워랭킹 분석에서 폭스는 플로리다 하원 선거구 7곳의 공화 지지세가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플로리다 제25선거구는 아예 ‘오차범위 내 접전’에서 ‘민주 우세’로 바뀌었다. 대규모 선거자금 투입과 게리맨더링(선거 승리를 위한 선거구 재획정)을 통해 선거 우위를 굳히려 했던 공화당으로서는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상원, 예단하긴 어려워상원의 상황은 아직 예단하기는 어렵다. 현재 공화당은 53석, 민주당은 47석을 가지고 있다. 과반을 달성하려면 민주당이 4석을 가져와야 한다. 상원의 중간선거 대상 의석은 총 35석이다. 이 중 초접전 경합지 6곳에서 승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텍사스, 알래스카, 캔자스, 오하이오, 아이오와, 미시건이다. 이 중에서 미시건은 현재 민주당 의석, 나머지는 모두 공화당 의석이다. 공화당이 ‘수비’를 얼마나 잘 하느냐가 핵심인 셈이다.
중간선거의 특성상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보다는 후보 개인의 역량과 매력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보수의 텃밭인 텍사스에서는 ‘신학도 출신’ 제임스 탈라리코 민주당 후보가 각종 스캔들에 휩싸인 공화당의 켄 팩스턴 후보와 붙었다. 캔자스에서는 미국 최대 연합감리교회를 이끌고 있는 애덤 해밀튼 목사가 민주당 후보로 나서서 현역 로저 마셜 의원과 비등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J D 밴스 부통령의 빈 자리를 채우는 오하이오에서는 존 허스테드 의원(공화)이 전직 상원의원으로서 중량감 있는 셰러드 브라운 후보(민주)를 상대로 고전하고 있다. 반면 미시건에서는 무슬림인 민주당 후보 압둘 엘 사예드에 대한 호오가 엇갈리면서 공화당이 이 자리를 가져갈 가능성이 점쳐지는 중이다.
쿡폴리티컬리포트는 주요 경합지가 여전히 ‘오차범위 내 접전’이라면서 민주당이 이 중에서 1~5석을 가져갈 수 있다고 봤다. 다수당이 되는 게 가능은 하지만 확신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베팅시장은 이미 민주당이 상원까지 접수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폴리마켓 참가자들은 민주당의 상하원 장악 시나리오 가능성을 한달 전 50%에서 4일 기준 67%로 높였다. 칼시 참가자들의 평가도 유사하다.
◆민주 지지세 상승 중전문가들은 9월에 민주당 지지세가 강화된 배경으로 유가상승을 첫손에 꼽고 있다. 지난달 초 이란과 분쟁이 격화하면서 유가는 급등했다. 특히 서민들이 민감한 경유가격은 지난달 22일 갤런당 6.52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년 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변심도 큰 이유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과격한 단속에 노출되는 일이 잦아진 탓이 크다. 텍사스 지역 히스패닉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2년 전 트럼프 대통령을 찍었던 이들 중 19%는 팩스턴 후보 대신 탈라리코 후보를 지지할 것이며, 18%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공화당의 위기감은 상당하다. 스티브 데인스 하원의원(공화·몬태나)은 “2006년과 2026년 사이에 비슷한 점이 여럿 있다”면서 인기 없던 이라크전과 유가상승이 결국 상원을 빼앗기고 하원에서도 대패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상하원이 모두 민주당에 넘어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크게 흔들리게 된다. 탄핵 소추 시도도 잇따를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