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반도체 집적지 가동을 앞두고 공정수 방류 대책이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천 SK하이닉스 방류수가 흘러드는 죽당천에서 염소이온과 황산이온 농도가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농업용수 권고 수준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용인 반도체 집적지 가동에 따른 고삼저수지 수질 영향을 미리 파악하기 위해 이천 SK하이닉스 인근 죽당천의 수질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용인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의 공정수가 하천을 거쳐 고삼저수지로 흘러들 예정인 데 따른 선제 대응이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은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지시에 따라 용인 공장과 공정이 비슷한 이천 SK하이닉스의 방류수와 죽당천을 조사했다.
죽당천의 전반적인 수질에는 큰 이상이 없었다. 지난 8월 26일과 9월 2·3일 세 차례에 걸쳐 조사한 9개 항목은 모두 국내 하천 수질기준을 충족했다. 문제는 국내 농업용 하천에 별도 기준이 없는 염소이온과 황산이온이었다.
SK하이닉스 방류구에서 0.4㎞ 떨어진 지점의 평균 농도는 염소이온 L당 731㎎, 황산이온 L당 1561㎎이었다. 1.9㎞ 지점에서도 염소이온 639㎎/L, 황산이온 1338㎎/L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농도는 하류로 내려갈수록 낮아져 7.4㎞ 지점에서는 염소이온 513㎎/L, 황산이온 1060㎎/L로 측정됐고, 11.3㎞ 떨어진 북하천에서는 각각 118㎎/L와 156㎎/L까지 떨어졌다.
반도체 방류수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북하천 배경지점의 농도는 염소이온 71㎎/L, 황산이온 32㎎/L였다. 방류구와 가까운 죽당천 지점이 배경지점보다 염소이온은 약 10배, 황산이온은 약 49배 높은 셈이다.
FAO는 농업용수의 염소이온 농도가 355㎎/L를 넘으면 민감한 작물에 심한 생육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황산이온은 통상 0~960㎎/L 범위에서 사용하도록 권고한다. 이 기준에 비추면 죽당천 0.4~7.4㎞ 구간의 측정값은 두 항목 모두 권고 수준을 넘어선다.
다만 이번 조사만으로 작물 피해나 고삼저수지 수질 악화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염소이온과 황산이온은 자연수에도 들어 있는 성분이고, 하류로 갈수록 농도가 낮아지는 희석 효과도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에 경기도는 고삼저수지로 실제 유입되는 농도와 농업용수에 미칠 영향을 추가로 조사할 방침이다.
관리 체계의 공백도 드러났다. 우리나라는 먹는 물에 대해 염소이온 250㎎/L 이하, 황산이온 200㎎/L 이하 기준을 두고 있지만, 하천·호소를 농업용수로 쓸 때 적용할 기준은 따로 없다. 경기도는 반도체 산업단지처럼 대규모 공정수가 농업용 하천으로 흘러드는 상황을 관리할 세부 기준이 미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경기도는 정부에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지난 8월 13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용인 SK하이닉스 통합환경사업장에 허가배출기준보다 강화된 환경영향평가 협의기준을 적용해 달라고 건의했으며, 염소이온과 황산이온에 대한 별도의 허가배출기준 마련도 요청했다.
기업에도 공정수 방류량을 줄이고 수질을 개선할 대책을 주문했다. 추 지사는 지난 7월 반도체 기업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정수 재사용률을 높이고 폐수 방류량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희천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장 직무대리는 “이천 SK하이닉스와 같은 수준의 염소·황산이온이 내년 2월부터 고삼저수지로 유입될 경우에 대비한 연구와 실효성 있는 방류수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며 “지속적인 수질 조사로 대책 마련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정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