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억원 풀었는데 22%만 집행…홈플러스 협력업체 지원 어쩌나

입력 2026-10-02 07:51


홈플러스 사태로 자금난을 겪는 납품·입점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1400억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마련했지만 실제 집행액은 312억원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와 홈플러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 20일까지 홈플러스 납품·입점업체를 대상으로 마련된 정책자금은 총 1400억원이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400억원, 기술보증기금 500억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500억원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실제 집행된 금액은 312억원으로 전체의 22%였다. 기관별로는 중진공이 125억원으로 배정액의 31.3%를 집행했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124억원으로 24.8%, 기술보증기금은 63억원으로 12.6%를 집행했다. 전체 지원 규모의 78%에 해당하는 1088억원이 집행되지 않은 셈이다.

지원 업체 수도 제한적이었다. 3개 기관의 대출 건수는 모두 377건으로, 지난달 기준 홈플러스 납품·입점업체 2968곳의 12.7%에 해당한다. 정책자금이 전체 협력업체의 자금난을 폭넓게 흡수하는 안전판으로 작동했다고 보기 어려운 수치다. 다만 업체마다 피해 규모와 자금 수요, 대출 자격이 다른 만큼 대출 이용 비율만으로 정책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정부도 정책자금 이용이 부진하자 조건을 조정했다. 중기부는 지난 7월부터 중진공 정책자금 금리를 연 3.78%에서 3.28%로, 소진공 자금은 연 3.85%에서 3.35%로 각각 0.5%포인트 낮췄다. 7월 27일에는 정책자금 융자계획을 변경해 '홈플러스 피해 중소기업'을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 사유에 별도로 포함하고 우대사항을 적용했다.

그럼에도 집행률이 20%대에 머문 것은 협력업체가 처한 문제가 단순한 단기 유동성 부족에 그치지 않음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있다. 홈플러스의 경영 정상화 여부에 따라 거래 지속 가능성과 향후 매출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추가 차입 자체가 부담인 업체도 있다. 중기부가 지난 8월 협력·입점업체와 연 간담회에서도 참석 업체들은 대금 미정산과 매출 감소 등에 따른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했다.

정부가 홈플러스 협력업체에 투입한 지원책은 중기부 정책자금에 국한되지 않는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회생절차에 들어간 지난해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은행권은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7546건, 약 5조원 규모의 만기 연장·상환 유예 등을 지원했다. 정부는 지난 7월 회생절차 폐지 결정 이후에는 신용보증기금 위기대응 특례보증에 홈플러스 피해 중소·중견기업을 추가해 최대 3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방안도 마련했다.

정부는 당시 관계기관 대책을 통해 중소 협력업체에 4400억원 이상의 긴급 유동성을 공급하고, 폐업할 경우 사업 전환을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럼에도 현장 체감이 낮은 점을 두고 정책금융의 공급 규모 자체보다 피해 업체가 실제 이용할 수 있는지, 대출을 받은 뒤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 홈플러스 의존도가 높은 납품업체나 점포 영업에 매출을 의존하는 입점 소상공인은 거래처 또는 영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경우 추가 대출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기존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운전자금과 거래처 변경, 점포 이전, 폐업·재창업에 필요한 자금은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2024년 티몬·위메프 사태 당시 피해 중소기업 긴급경영안정자금에 연 2.5% 고정금리가 적용됐다는 점을 들어 "홈플러스 피해 업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더해 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인 '희망리턴패키지'와 연계해 사업장 이전이나 재창업을 유도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