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시장에 뛰어든 오비맥주가 첫 승부처로 수도권 술집을 택했다. 신제품 ‘찰랑’의 초기 공급 물량 약 90%를 수도권에 집중하고 강남·여의도·용산·홍대 등 주요 상권의 식당과 주점부터 공략한다. 전국 마트와 편의점에 제품을 공급하기에 앞서 소비자가 소주를 주문하는 현장에서 브랜드를 알리겠다는 전략이다. 맥주 ‘카스’를 통해 쌓은 외식업소 영업망을 발판으로 참이슬이 주도하는 소주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찰랑은 제주 동부의 화산 암반수와 용암해수소금을 사용한 알코올 도수 15도의 제로 슈거 소주다. 오비맥주가 2024년 신세계그룹으로부터 제주소주를 인수한 뒤 처음 선보이는 소주 제품이다. 2030 몰리는 상권부터 공략2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지난달 28일 공식 출시한 찰랑을 이달부터 수도권과 제주 일부 식당·주점에서 판매한다. 제주공장에서 전량 생산하지만 초기 공급 물량의 약 90%는 수도권에 배분한다. 생산지인 제주에 공급하는 비중은 10% 이하로 제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식당·주점 8000~1만 곳에 입점하는 것이 초기 목표다.
오비맥주가 겨냥한 곳은 직장인 회식과 퇴근 후 모임, 젊은 층의 외식 수요가 몰리는 상권이다. 여의도와 강남의 회식 자리, 용산과 홍대의 술자리에서 찰랑의 첫 주문을 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판매 지역을 넓히는 것보다 주요 상권에서 소비자가 제품을 접하고 마셔볼 기회를 늘리는 데 무게를 뒀다.
소주를 주문할 때 익숙한 브랜드를 고르는 소비자에게 신제품을 선택할 계기를 만드는 것이 과제다. 광고를 보고 관심을 갖더라도 방문한 식당에 제품이 없으면 주문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오비맥주는 판매점 확보와 홍보를 함께 진행해 브랜드 노출이 실제 음용 경험으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일부 매장과 협업하고 옥외광고와 온라인 홍보를 병행한다. 주요 상권에서 찰랑을 알리고 인근 식당·주점에서 주문할 수 있도록 접점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출시 초기 성과도 판매 지역의 수보다 핵심 상권에서 얼마나 자주 선택받고 재주문으로 이어지는지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카스의 외식업소 영업 기반은 찰랑의 시장 진입을 뒷받침할 자산으로 꼽힌다. 식당·주점에 맥주를 공급하며 구축한 거래 관계를 소주 판매점 확보에 활용할 수 있어서다. 다만 입점이 곧 소비자의 선택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소주 브랜드에 익숙한 고객이 찰랑을 주문하고, 업주가 다시 물량을 들이도록 만드는 것이 다음 관문이다.
마트·편의점 진출은 뒤로오비맥주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가정용 채널에는 당분간 찰랑을 공급하지 않을 예정이다. 집에서 마시는 수요를 확보하기보다 외식 시장에서 먼저 제품을 경험하게 하겠다는 의미다. 식당·주점의 소비자 반응과 재주문 흐름을 확인한 뒤 가정용 채널 진출과 판매 지역 확대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 공급을 제한하는 데는 한라산 등 향토 소주업체에 대한 고려도 깔려 있다. 생산 거점이 있는 제주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보다 소비자가 많은 수도권에서 초기 수요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제주 향토 소주업체 한라산은 최근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라산의 지난해 매출은 213억4085만원으로 전년보다 1.2% 줄었다. 2022년과 비교하면 3년간 감소율은 13.5%다. 찰랑의 제주 판매 비중을 낮추는 전략은 현지 업체와의 경쟁 부담을 줄이면서 수도권 시장 진입에 영업력을 집중하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향후 공급 확대의 변수는 공병 회수와 물류 비용이다. 수도권 식당·주점에서 나온 빈 병을 회수해 제주공장으로 돌려보내려면 추가 운송비가 발생한다. 판매량이 늘어나는 만큼 회수 물량도 안정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핵심 상권에서 한 번 마셔본 소비자가 다시 찰랑을 찾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며 “재주문이 뒷받침되고 공병 회수와 운송 비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판매망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