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지는 공동시공?…퇴짜 놓는 조합들

입력 2026-10-02 17:21
수정 2026-10-03 01:24
최근 서울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이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공동참여(컨소시엄) 불가’를 명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시공사 간 경쟁을 유도해 조합에 유리한 사업 조건을 끌어내려는 의도다. 여기에 대형 건설회사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단지명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컨소시엄을 기피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대단지 재건축 사업 등의 경우 컨소시엄이 자금 조달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컨소시엄보다 단일 시공사 선호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목동4단지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21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내면서 입찰 자격에 ‘공동참여 불가’를 명시했다. 이 단지의 3.3㎡당 공사비는 1010만원으로 책정돼 목동 14개 단지 가운데 처음으로 1000만원을 넘어섰다.

이른바 ‘압여목성’(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올해 시공사를 선정한 주요 정비사업장 대부분도 컨소시엄의 입찰 참여를 제한했다. 순차적으로 시공사를 선정 중인 목동의 경우 앞서 입찰 공고를 낸 6·8·10·12·13단지 모두 컨소시엄 불가 방침을 밝혔다. 성동구 성수1~4지구 역시 컨소시엄 참여를 막았다.

입찰 경쟁 실종과 하이엔드 브랜드 선호 현상이 컨소시엄 배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 조합 관계자는 “조합으로선 경쟁을 통해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컨소시엄은 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데 불리하다”고 말했다.

컨소시엄 단지에서는 특정 건설사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통상 컨소시엄 사업장은 개별 브랜드 대신 별도 단지명을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

공사비 협상과 하자 처리 과정이 복잡해지는 점도 기피 요인으로 지목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컨소시엄은 입주민이 여러 시공사를 상대해야 해 협상력이 분산될 수 있다”며 “시공사가 나뉘면 이해관계가 엇갈려 하자 대응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리스크 분산 장점도”…조건 따라 선택반면 규모가 크거나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일부 사업장에서는 컨소시엄을 허용하는 분위기다. 7000가구가 넘는 수도권 최대 규모 정비사업으로 꼽히는 경기 구리 수택2구역 재개발은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컨소시엄으로 시공을 맡았다. 중구 신당10구역 재개발 조합도 당초 컨소시엄을 제한했지만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자 이를 허용해 지난해 GS건설과 IPARK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시공사들은 컨소시엄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자금 조달 등에서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건이 어려운 시기나 이주비 조달이 쉽지 않은 규제 환경에서는 컨소시엄 방식이 유리할 수 있다”며 “대규모 사업일수록 인력과 자원을 신속히 투입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로서는 수주 경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이점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당분간 컨소시엄을 기피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컨소시엄 수주라는 논란도 나오고 있다. 압구정5구역은 현대건설과 한화 건설부문이 각각 아파트와 상가를 나눠 시공하는 방식으로 수주했다. 일부 조합원은 이를 두고 “사실상 컨소시엄”이라고 반발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