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유 가격 상승 등으로 비용 부담이 커진 항공사들이 일반석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비즈니스석과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등을 잇달아 확대하고 나섰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알래스카항공은 고급 좌석과 공항 라운지를 대폭 늘리는 프리미엄 강화 계획을 내놨다. 일부 보잉 737 맥스10 항공기에는 완전히 누울 수 있는 ‘오로라 스위트’를 설치하고 보잉 787과 하와이안항공의 에어버스 A330 등에는 프리미엄 이코노미 객실을 추가한다. 시애틀과 호놀룰루, 샌디에이고에는 신규 라운지도 마련한다.
목표는 수익성이다. 알래스카항공은 올해 전체 매출의 약 36%로 예상되는 프리미엄 부문 비중을 2030년 4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회사는 관련 투자가 향후 주당순이익을 3~4달러 늘리고 영업이익률도 2~3%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항공업계 전반에서 나타나는 추세다. 미국 항공사들은 최근 몇 년간 일반석보다 빠른 속도로 고급 좌석을 늘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비주얼어프로치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 6월 미국 국내선의 프리미엄 좌석 공급은 2019년보다 27% 늘었다. 같은 기간 일반석 증가 속도의 약 세 배에 달한다.
항공사들이 프리미엄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배경에는 비용 압박이 있다. 항공유는 항공사 전체 비용의 30~40%를 차지하는데 최근 유가 상승으로 부담이 크게 늘었다. 알래스카항공이 기존 수익성 전망치를 철회한 것도 연료비 상승의 영향이 컸다. 일반 승객을 대상으로 운임을 크게 올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에 덜 민감하고 편안함을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승객을 확보하는 것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된 셈이다.
고가 좌석 수요도 견조하다. 독일 루프트한자는 최근 프리미엄 이코노미와 비즈니스석 예약이 대폭 늘었다고 밝혔다. 에어프랑스-KLM과 영국항공 모회사 IAG 등 유럽 주요 항공사들에서도 동일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셰인 태킷 알래스카항공 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회사의 수익 전망 역시 프리미엄 좌석에 대한 상당히 안정적인 수요와 예상 운임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프리미엄 좌석 확대가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로이터통신 역시 프리미엄 좌석 확대 경쟁이 장기적으로는 운임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결국 항공사들의 좌석 재편은 단순한 서비스 고급화를 넘어 수익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용 상승 압박이 커질수록 한정된 기내 공간을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승객에게 배분하려는 움직임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김세은 인턴기자 seni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