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런치 팩토리(SLUNCH FACTORY)는 ‘Slow·Slim·Stylish lunch’에서 따온 이름으로, 건강하고 가벼운 한 끼를 뜻한다. 2011년 홍대에서 자취하던 동갑내기 친구 네 명이 샐러드 도시락을 온라인으로 배달하며 시작했고, 이듬해 슬런치 팩토리라는 채식 레스토랑과 제조 공장을 열어 국내 비건 외식의 시작을 알렸다. 지금은 레스토랑을 넘어 비건 식품을 직접 제조·수출하고, AI로 식단을 추천하는 구독 서비스까지 운영하는 K-비건 푸드테크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현아 대표(43)가 2023년 1월에 설립했다.
대표 아이템은 크게 세 축으로 이뤄졌다. 첫째, 자체 공장에서 만드는 비건 식품이다. 국내산 순두부를 베이스로 비건 모짜렐라·슬라이스 같은 대체 유제품과 페퍼로니·햄 같은 대체 가공육을 직접 개발했고, K-수미감자를 78% 넣은 비건 뇨끼는 자동화 기기까지 자체 제작해 생산한다.
둘째, 3분이면 조리되는 비건 HMR·냉동 밀키트다. 어디서나 인기 있는 메뉴를 식물성으로 바꾸는 것이 원칙이라, 생크림 대신 두유를, 치즈 대신 두부를 쓰는 방식으로 ‘익숙함 속의 새로움’을 만든다.
셋째, AI 추천 식단 구독 서비스다. 고객이 선호하는 식재료를 고르면 13년간 쌓인 250종 제조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맞춤형 식단을 추천하고, 주 14끼 구독으로 연결한다. 같은 엔진이 국가별 입맛에 맞춰 레시피를 자동 생선하고 수출 견적까지 산출해 준다.
“슬런치 팩토리는 13년이라는 시간 자체가 가장 큰 경쟁력입니다. CJ·풀무원·농심 같은 대기업도 비건을 ‘niche’로 좁게 보고 라인을 접었지만, 우리는 비건을 더 넓은 글로벌 시장을 여는 ‘도구’로 삼아 여전히 만들고, 팔고, 수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슬런치 팩토리는 부천 자체 공장과 핵심 원료(순두부 베이스)의 자체 개발로 수입 의존도와 원가를 낮춰 공급을 안정화했다. 비건·할랄·HACCP·FSSC 22000을 동시에 보유한 국내 유일의 밀키트 제조 공장으로, 250종 제조 데이터를 AI로 자산화해 국가별로 수십만 가지 메뉴까지 확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 대표는 “무엇보다 고객의 90%가 비건이 아닌데도 거부감 없이 즐기게 만드는 ‘느슨한 채식’ 접근이 시장 자체를 넓히는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슬런치 팩토리는 캐시카우인 레스토랑을 토대로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8년 연속 블루리본을 받은 국내 유일의 비건 레스토랑으로, 구독 고객 6,000여 명과 팔로워 5,000여 명이 자연스러운 입소문 채널이 되었다. 유통은 쿠팡 로켓프레시 전국 새벽배송, 롯데백화점·더현대 식품관 같은 프리미엄 채널로 넓혔고, 홍익대학교 교내(아시아 최초 교내 비건 레스토랑)와 김포공항 면세점처럼 상징성 있는 거점에도 입점했다. 해외는 식품 박람회 현장 시연을 핵심 전략으로 삼는데, 시식 자리에서 곧바로 계약으로 이어진 경험을 이미 여러 차례 했다. 여기에 AI 추천식단 구독이 온라인에서 반복 구매를 만드는 축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하고 있다.
투자에 대해 이 대표는 “슬런치 팩토리는 시드(SEED) 투자를 유치했고, TIPS 연구과제에도 선정됐다”며 “현대건설 ·하이트진로·남양유업 등 대기업 오픈이노베이션과 농식품부 액셀러레이팅, 서울창업허브 등 다수 정부·기관 프로그램에 선정되며 R&D와 공장 설립 자금을 마련해 왔다. 자체 공장과 AI 플랫폼이 매출로 전환되는 단계에 들어선 만큼, 수출 확대와 AI 추천식단 구독 플랫폼 고도화를 위한 후속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슬런치 팩토리는 이미 4개국(미국·칠레·대만·유럽 등)에 수출을 완료했고, 추가로 5개 시장에서 진행 중입니다. 파리에는 비건 뇨끼 밀키트 수출을 달성했고, 싱가포르 JR그룹 오픈이노베이션에 선정돼 7월 싱가포르 식품 박람회에서 협업 신제품을 선보입니다. 태국에서는 고단백 비건 제품 PoC를 마쳤고, 대만은 쿠팡 코리아를 통해 진입한다. 7월 할랄 인증을 마치면 중동 시장도 공략할 계획입니다. 핵심은 상온 1년 보관이 가능한 수출형 HMR과, 국가별 입맛에 맞춰 레시피·견적을 자동 생성하는 AI 시스템이다. 이 둘을 결합하면 진출 국가가 늘어도 빠르게 현지화할 수 있습니다.”
이 대표는 어떻게 창업하게 됐을까. “미술을 전공하며 늘 주류와 비주류 문화의 교차점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비주류였던 채식이 언젠가 시대의 흐름 속에서 그 역할이 커질 것이라 봤고, 비건을 ‘문화’로 접근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비건만 고집하는 식당에 대한 아쉬움에서 출발했습니다. 비건이 아니지만, 비건과 비건이 아닌 사람이 함께 즐길 곳이 없다는 불만을 스스로 풀어 보기로 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자금이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학생 시절 열심히 모은 작업실 보증금으로 시작했습니다. 자취하던 친구 네 명과 직접 전단지를 돌리고 샐러드 배달을 하며 매출을 만들었습니다. 2023년 신규법인 설립 이후 정부 지원과제와 시드 투자를 통해 공장 설립 등 본격적인 제조 투자를 이어 왔습니다.”
창업 후 이 대표는 “손님의 90%가 비건이 아닌데도 ‘건강하게 잘 먹었다’며 만족스럽게 돌아갈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채식의 벽을 한 뼘 낮췄다는 의미였기 때문에 뿌듯했습니다. 대기업도 접은 비건을 13년 동안 지켜내고, 한국의 비건 뇨끼를 파리로 수출하고, 박람회 시식 자리에서 곧바로 계약이 성사되는 순간들도 뿌듯합니다. 작게 시작한 동네 작은 샐러드집이 ‘KOREA NO.1 비건 팩토리’를 목표로 세계 시장과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매일의 동력입니다.”
슬런치 팩토리는 11년을 함께해 온 멤버들로 구성된 ‘One Team’이다. 이 대표는 대학 시절 미술을 전공하고 지금은 AI 실감미디어 박사과정으로 슬런치에 필요한 기술을 직접 연구하고 있다. 14년간 슬런치를 운영해 왔고, CTO 진다영 이사는 식품영양학 전공에 푸드스타일링과 11년의 비건 식품 제조·R&D 경력을 갖췄다. 여기에 AI 백엔드 개발 파트, 해외 수출 전략(영국 식품 제조 HACCP 창업·중국 식품무역 경력)을 맡은 글로벌 전략 담당, UX/UI 디자이너, AI/VR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함께하고 있다. 식품과 AI·디자인이 한 팀에 모여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 대표는 “비건을 식문화의 ‘주류’로 끌어올리는 것이 궁극의 목표”라며 “한 명의 채식주의자를 늘리기보다, 모두가 하루 한 끼 채식하는 편이 환경과 건강에 더 효과적이라 믿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두 가지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째, AI 추천식단 구독 서비스의 고도화가 목표입니다. 선호 식재료 기반 맞춤 추천을 정교화하고, 타사 레시피까지 온보딩해 구독·라이선스 플랫폼으로 키울 것입니다. 둘째, 수출을 확대하고자 합니다. 오뚜기 협업 수출 제품과 매생이·소스 신제품을 앞세워 대만·싱가포르·태국·중동으로 시장을 넓히고, 자동 견적 시스템으로 진출 국가가 늘어도 빠르게 대응할 예정입니다. ‘KOREA NO.1 VEGAN FACTORY’로서 한국의 두부 제조 기술을 세계 비건 시장의 표준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가 그리는 그림입니다.”
슬런치 팩토리는 올해 서원대학교가 운영하는 창업도약패키지 사업에 뽑혔다. 창업도약패키지는 창업 3~7년 된 도약기 창업기업의 스케일업을 위해 최대 3억원의 사업화 지원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창업진흥원 지원사업이다. 스타트업의 경영 진단 및 개선, 소비자 요구 및 시장 환경 분석, 투자진단 및 전략 수립을 지원한다.
설립일 : 2023년 1월
주요사업 : 식물성 대체식품 제조·유통(HMR·냉동 밀키트·대체 가공육·대체 유제품), 비건 레스토랑 운영, AI 추천식단 구독 서비스 및 수출 플랫폼
성과 : TIPS·창업도약패키지·강한소상공인 글로벌 트랙·수출바우처 선정, 씨엔티테크·MYSC 투자 유치, ISO 22000·FSSC 22000·HACCP·FDA·할랄·비건 글로벌 인증 6종 취득 국내 유일 밀키트 공장, 식물성 소시지 제조방법 특허 등록 및 AI 맞춤형 식단 설계·레시피 자동 생성·음식 이미지 인식 특허 3건 출원, 현대건설·싱가포르 JR GROUP MOU 체결, 4개국 수출(추가 5개 시장 진행), 250종 품목 제조, 8년 연속 블루리본 비건 레스토랑, 구독 6,000여 명·팔로워 5,000여 명, 홍익대 교내(아시아 최초)·김포공항 면세점·쿠팡 로켓프레시·롯데백화점·현대백화점 식품관 입점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