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형 교수 "이젠 아프리카서 의사 키워요"

입력 2026-10-01 19:06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넘기지 못하고 알게, 모르게 후원하는 분이었습니다.”

박재형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사진)를 20년 넘게 지켜본 서울 신길동 대길교회 목사 설모씨는 이 같이 말했다. 도움이 필요한 교인을 지극 정성으로 돌보는 그는 ‘대길교회 슈바이처’로 불린다. 약 30년간 해외 의료봉사를 이어온 그는 지금도 아프리카 에스와티니에서 현지 의료진을 양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서울대는 1일 박 명예교수를 ‘제16회 서울대 사회봉사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시상식은 오는 14일 개교 80주년 기념식에서 열린다. 상금은 2000만원이다. 박 교수의 나눔은 가까운 이웃에서 시작됐다. 대길교회 장로인 그는 아픈 교인들의 건강을 살피고 형편이 어려운 이들을 후원했다.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고 자신이 받은 선물과 물건을 나누기도 했다. 2002년에는 대길사회복지법인을 설립해 정신장애인 재활시설 등 복지시설 운영에도 힘을 보탰다.

의료봉사의 범위는 해외로 넓어졌다. 가족들과 선교회를 꾸려 인도와 에티오피아 등 의료시설 및 인력이 부족한 지역을 찾아다녔다. 도움이 필요한 환자를 진료하고 현지 보건의료 환경을 개선하는 활동을 약 30년간 이어왔다.

최근 집중하는 일은 에스와티니의 의학교육이다. 아프리카 남부에 있는 이 나라는 강원도와 비슷한 면적에 인구 120만 명이 산다. 의료시설과 전문인력이 부족해 고난도 전문진료 상당 부분을 인접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의존한다. 박 교수는 에스와티니 기독대 의대 설립을 주도했다. 의무부총장을 맡아 의대 인가와 교육체계 수립을 이끌었다. 지금도 에스와티니에 머물며 의료봉사와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에스와티니 기독대 의대와 서울대 의대가 국제학술교류협정을 체결했다. 두 대학이 교육과 연구, 의료 분야에서 협력할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박 교수의 목표는 현지 학생들이 의사가 돼 환자를 돌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이 다시 교수로 성장해 후배 의료진을 양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1948년생인 박 교수는 1966년 서울대 의대에 입학해 1972년 졸업했다.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영상장비를 이용해 큰 절개 없이 병변을 치료하는 중재적 영상의학 분야를 이끌었다. 한국인터벤션영상의학회와 한국심장영상의학회, 한국분자영상의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서울대 사회봉사상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헌신한 학내 구성원과 동문 등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제정됐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