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시대 마지막 기소 '16조 석화 담합'

입력 2026-10-01 18:56
16조원대 석유화학제품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LG화학 등 업체 6곳과 대표를 포함한 임직원 37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수사한 담합 사건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1일 LG화학, 롯데정밀화학, 애경케미칼, OCI, PKC, 유니드와 이들 회사 임직원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추가로 수사 중인 다른 석유화학제품의 담합 혐의까지 확인되면 전체 규모는 2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들 업체는 2021년 1월부터 올 4월까지 석유화학제품 8개 품목의 가격 변동 폭과 시기를 합의하거나 거래처 입찰에서 입찰가격을 미리 맞춘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국제 유가가 오르지 않아 가격을 인상할 명분이 없는 상황에서도 업체들이 담합해 가격을 올린 것으로 파악했다. 중동 전쟁 등으로 유가가 급등한 뒤 정부가 석유화학제품 가격 안정을 위해 1400억원가량을 지원했음에도 담합은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업체 임원들이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가는 거다” “나는 다른 생각 없다. 형 사랑해요”라고 말한 녹취록을 확보했다. 경쟁사와 가격 정보를 공유하고 조율한 내용이 담긴 수첩도 발견했다. 담합을 숨기기 위해 업체별로 가격 인상 공문을 보내는 순서까지 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LG화학의 한 임원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앞두고 메시지 대화방과 이메일 등 증거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은 담합에 따른 원재료 가격 상승이 관련 제품의 제조원가를 끌어올려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나 부장검사는 “검찰청 시대 마지막 브리핑이 될 것 같다”며 “중대범죄수사청 및 공소청과 협력해 담합 범죄를 근절하겠다”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 jessim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