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은 저소득 취약 채무자가 개인회생을 신청할 경우 통상 3년인 변제기간을 3년 미만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 서울회생법원이 청년과 고령자, 전세 사기 피해자 등에 적용해온 변제기간 단축 대상을 저소득 취약 채무자까지 확대하면서다.
1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이날부터 개정된 실무 준칙 제424호 '변제계획의 변제기간'이 시행됐다. 채무자회생법은 개인회생 변제기간이 3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별도 실무 준칙을 통해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일부 채무자에 대해서는 원금을 모두 갚지 못하더라도 3년보다 짧은 변제기간을 인정하고 있다.
기존 단축 대상은 65세 이상 노인과 중증 장애인, 30세 미만 청년, 미성년 자녀 2명 이상을 양육하는 채무자, 한부모가족의 부 또는 모, 전세 사기 피해자 등이었다. 이번 개정으로 여기에 일정 요건을 충족한 취약 채무자가 새롭게 포함됐다.
조건은 비교적 엄격하다. 최근 2년간 최저임금 미만의 급여를 받았고 채무 총액이 5000만원 이하여야 한다. 개인 채권자가 없어야 하며 최근 1년 안에 새로 발생한 채무도 없어야 한다. 네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변제기간 단축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물품 구입에 따른 신용카드 채무는 최근 1년 내 발생한 채무에서 제외된다.
예컨대 저임금 근로자가 4000만원의 빚을 지고 개인회생을 신청했더라도 기존에는 청년이나 고령자 등 별도의 보호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면 원금을 모두 갚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 변제기간을 3년 미만으로 단축하기 어려웠다. 앞으로는 새로 마련된 취약 채무자 요건을 충족하면 원금을 모두 갚지 못하더라도 3년보다 짧은 변제계획을 세울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서울회생법원은 최저임금이 개인회생 절차에서 생계비 산정의 기준으로 활용되는 중위소득 60%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고려했다.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득을 받으면서 개인회생 절차를 밟는 취약 채무자의 경제적 재기를 보다 앞당기겠다는 취지다.
다만 요건을 충족한다고 변제기간이 자동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변제계획의 인가 요건과 채무자의 수입·지출, 개인회생을 신청하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변제기간을 달리 정할 수 있다.
이번 개정은 전국 법원에 일괄 적용되는 제도 변경이 아니라 서울회생법원의 실무 준칙 개정이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취약 채무자를 지원하기 위해 변제기간 단축 대상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