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전 MBC 사장 "박정희 배후설, 인간에 대한 예의 아냐"

입력 2026-10-01 14:37


MBC 사장을 지낸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에 "박정희 정권이 영부인을 죽인 범인이라고 의심하는 건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최 PD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육영수 여사가 저격당한 비극적 사건의 기획자가 박정희 대통령 혹은 그의 수하였던 중앙정보부라고 상상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좌·우 간 균열을 한층 더 심화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PD는 "나는 당시 중학교 1학년 어린 나이였지만 육 여사의 죽음이 대중에게 준 슬픔의 크기를 기억한다"며 "아내의 영구차에 손을 올리고 망연한 표정을 짓던 박 대통령의 모습도 남아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그 사건 뒤 급격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고 그 역시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했다"며 "박정희란 인물은 과도 많았지만 대한민국이 오늘의 경제적 도약을 이루게 한 거인이란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를 빼고 대한민국의 오늘을 설명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어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현대사에 남긴 족적을 높게 평가한다면 그만큼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에 대한 평가도 높게 해야 균형이 맞다"며 "과에 대한 비판과 함께 그의 공적에 대해 후세대가 자세히 알게 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공통의 역사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최 PD는 "윤석열의 비상계엄 이후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 진보·보수의 균열이 매우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어 "'암살자(들)'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으면 진보의 어른들이 '너무 나간 상상'이라고 선을 그어주면 안 되냐"고 했다.

그는 이어 올린 글을 통해서도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하고 사건의 흐름도 촘촘히 짜여 있다고 느꼈다"며 "다만 영화는 저격사건의 배후를 관객이 박정희 대통령이라고 추측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짜여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극적 구성 등은 그동안 영화의 범위 내에 있지만 이 영화를 보고 '박정희 대통령이 육 여사를 죽이라고 했단 말이냐'고 비판하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고 했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영화는 개봉 이후 공범 존재 가능성과 당시 정권의 배후 개입 가능성 등을 다룬 것을 두고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둘러싼 논란에 휩싸였다.

제작사 측은 논란과 관련해 "본 작품은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의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고 밝혔다. 지난 30일 연출을 맡은 허진호 감독은 "타이틀이 '박정희가 육영수를 죽였다, 패륜이다, 북한 영화 따라했다, 김정일이 사과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세개는 다른 이야기다"라며 "'암살자(들)'은 박정희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그런 내용으로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MBC 역사 다큐멘터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모티브로 언급하며 당시 사건 관계자들의 증언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역사 왜곡에 대한 논란은 가열되고 있으며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한편 최 PD는 1986년 MBC에 입사해 'PD수첩' 등을 연출했다. 2012년 해직된 뒤 뉴스타파에서 활동하며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을 추적한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2016)과,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공영방송 장악 과정을 고발한 '공범자들'(2017)을 연출했다. 2017년 12월 MBC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돼 2020년까지 재임했고, 이후 뉴스타파로 복귀해 현재 PD로 활동하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