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후 배터리 순환체계 구축…"평가 기준 통일하고 전주기 관리해야"

입력 2026-10-01 14:42

내년 시행을 앞둔 개정 자동차관리법과 사용후 배터리 관리 및 사업 육성에 관한 법률의 하위법령을 두고 사용이 끝난 전기차 배터리를 폐기하지 않고 성능평가로 재제조·재사용·재활용 경로를 가르는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안전성을 확보하면서도 과도한 보관·운송 기준이나 중복 절차로 시장 진입이 막히지 않도록 현실적인 기준 마련이 과제로 꼽혔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의실에서 '사용후 배터리 안전점검 및 재제조 배터리 순환체계 안전관리 실증과 관련 법·제도 활성화 세미나'를 개최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김정동 대륙아주 변호사는 개정 자동차관리법이 올해 2월 7일 통과돼 내년 7월1일 시행되고, 사용후 배터리 관리 및 사업 육성에 관한 법률은 5월26일 제정돼 내년 5월27일 시행된다고 소개했다. 각각 차량에 장착되는 배터리의 안전관리와 유통·재제조·재사용·재활용과 산업 육성을 포괄하는 일반법이다.

김 변호사는 "성능 평가는 단순한 품질 확인 절차가 아니라 이 성능 평가 결과에 따라서 사용후 배터리가 앞으로 어떠한 시장과 용도로 이동할 수 있는지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사용이 끝난 배터리는 성능평가를 거쳐 재제조·재사용·재활용 3개 등급으로 나뉘며, 판정된 등급보다 높은 용도로 쓰는 것은 제한된다.

재제조 배터리의 안전관리는 성능평가, 재제조 배터리 단품 대상 안전성시험, 차량에 장착한 상태의 유통 전 안전검사 순으로 이뤄진다. 운행 후에는 정기 안전검사로 이어진다. 김 변호사는 "세 가지 절차는 모두 서로 다른 세 가지 질문에 답하는 절차"라고 말했다. 세부 기준은 시행규칙 제정 과정에서 바뀔 수 있다고 전제했다.

김 변호사는 하위법령의 쟁점으로 △보관·운송 시설 요건의 법령 간 중복 △사고·화재·리콜 이력의 반영 방식 △등급 결정 평가인자의 위상 △현실적인 보관·운송 기준을 꼽았다. 이력만으로 곧바로 재활용 판정을 내리면 개별 배터리의 성능과 안전성을 평가하려는 취지가 약해질 수 있어 이력을 위험 정보로 활용하되 실제 상태를 함께 확인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소개했다.

또 보관·운송 기준이 지나치게 높으면 비용이 배터리의 경제적 가치를 넘어서거나 초기 투자·운용 비용이 늘어 회수와 유통의 경제성이 사라질 수 있고, 중소 사업자의 시장 진입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이종욱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잔존수명 측정을 두고 전기차 관련 협회 회장의 말을 전하며 "사용자가 제일 조금 곤란한 게 여기 계측하는 거랑 여기 계측하는 거랑 다 잔존 수명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어느 정도 협의하고 기준을 마련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고 엄청난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 이전에 그러한 기준점이 마련된다면 오히려 신뢰성 확보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재제조와 재사용 사이에 어떤 그레이존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철기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수석은 재제조 배터리 실증과 관련해 "배터리의 성능이 중요한 게 아니고, 그게 실제로 차에 탑재되었을 때 환경에서 주행했을 때 문제점이 발생하는지, 차량의 전기·전자 시스템과 연계성이라든지 그런 부분들을 실증을 통해서 충분히 검증해야 성공적인 성과물이 도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정부 측에서는 부처 간 협의 상황이 소개됐다. 이준규 기후에너지환경부 서기관은 하위법령을 국토부·산업부와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처별 소관이 법에 정해져 있지만 각자 소관대로만 할 경우 시장과 산업계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취지였다.

이 서기관은 "혼선을 가장 적게 하는 부분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운반 기준과 관련해서는 "비용이 너무 많이 투입되면 솔직히 작동이 안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역시 저희도 고민"이라고 했고, "R&D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윤종현 국토교통부 사무관은 "각각의 부처가 자기만의 기준을 가지고 하게 되면 실제로 운영하게 되는 과정에서는 서로 혼선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국토부 입장에서 기후부와 산업부와 함께 잘 협조해 가면서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방안을 잘 만들어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질의응답에서는 제작사 정보 제공을 둘러싼 질문이 나왔다. 제조사가 성능평가에 필요한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데이터 제공과 관련해 하위법령에서 어느 정도 강제하는지 묻자 오세인 한국교통안전공단 미래차데이터융합팀 팀장은 "BMS 정보 제공 항목이 가장 중요한 항목"이라고 답했다.

오 팀장은" 하위법령을 부처끼리 의논하며 작성하는 단계로 제작사 정보 제공 항목 35개를 나열하고 있다"면서도 "이와 별개로 관계법이 일부 중복되는 부분이 발견되고 있고 특히 운송·보관 영역이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게 왜 필요한지에 대한 부분을 같이 이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부분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 법으로 강제하기에 앞서 간담회와 토론으로 공감대를 쌓아야 한다는 취지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안호영 국회의원 주최,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와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공동 주관했다. 국토교통부, 기후에너지환경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한국자동차기자협회가 후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