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PEF 업계 '발칵'…끈끈한 명문대 선후배 네트워크의 그늘

입력 2026-10-01 15:10
수정 2026-10-02 11:24
이 기사는 10월 01일 15:1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이 사모펀드(PEF)와 상장사 임원들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한 뒤로 PEF업계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상장사 인수합병(M&A) 관련 미공개 중요 정보를 공유한 '카르텔'로 서울대 경영동아리가 지목되면서 업계 네트워크 구심점 역할을 하는 명문대 동아리들도 덩달아 입길에 오르고 있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지난 달 29일 핵심 혐의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5명 안팎의 혐의자들은 IB·PEF업계에서 근무하는 80~90년대생들로, 대응단은 이들의 자택과 사무실 등 20여곳을 압수수색하고 재산 동결 등의 조치를 내렸다. 일부 혐의자들이 과거 거쳐간 전 직장도 압수수색 대상지에 포함되며 적잖은 업계 관계자들이 당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혐의자들 중에는 유수의 글로벌 PEF 운용사와 대규모 블라인드펀드를 보유한 국내 PEF 운용사 직원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대형 증권사 임원도 수사선상에 올랐으나 현재는 퇴사한 상태로 알려졌다. 이들 PEF 관계자는 한국경제신문에 "해당 직원의 개인적인 사건이고 수사 초기라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다만 사안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추후 당국의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혐의자들의 공통점은 설립 20년이 넘은 서울대 경영대 학술 동아리 출신이라는 점이다. 서울대 경영동아리는 IB업계 취업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어 선후배 네트워크가 끈끈하기로 유명하다. 학부생이 진로에 따라 FCRC(IB), MCSA(컨설팅), N-CEO(스타트업), SMIC(금융투자) 등을 골라 지원할 수 있다. 서울대뿐 아니라 연세대와 고려대도 비슷한 성격의 학술 동아리가 있다.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같은 해외 IB나 'MBB'(맥킨지앤컴퍼니·BCG·베인앤컴퍼니) 등 글로벌 컨설팅펌은 국내 대기업 같은 대규모 공채 제도가 없고 미국 현지처럼 소수의 인원을 수시 채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재직자들과의 네트워크가 있어야 있어야 인턴 면접 기회라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IB업계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경영 동아리 활동에 열과 성을 다한다. 그만큼 경쟁률도 세고, 붙기만 하면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IB업계 취업에 반은 성공했다'는 꼬리표가 붙는다.

동아리에 들어가면 기수가 부여되고, 최소 6개월 동안 매진해야 할 프로젝트가 주어진다.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날밤을 새우는 일도 허다하다. 당연히 학업보다 동아리가 우선순위가 되기 마련이다. 일부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을 위해 휴학을 신청하기도 한다. 동아리 내 같은 기수끼리는 군대 훈련소 동기만큼이나 각별한 인맥이 형성되는 이유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동아리 활동 기간에는 현업에 준하는 수준으로 프로젝트를 경험해보기 때문에 현직자들 사이에서도 '경영 동아리 출신은 다르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PEF업계에선 성공과 부에 대한 갈망과 민감한 정보를 수시로 접하는 업무 특성, 엘리트 조직이라는 자부심 등이 맞물리면서 집단적 유혹에 빠지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폐쇄적인 네트워크 안에서 정보 공유가 일상화되면 미공개 정보를 다루는 데 대한 위법 의식이나 경계심이 약해질 수 있다"며 "업계 전반의 윤리 의식 재정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송은경/최다은 기자 nor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