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만원 내고 10만원 충전했는데"…온누리상품권 18년 만에 바뀐다

입력 2026-10-01 08:59
수정 2026-10-01 13:18

2009년 시작된 온누리상품권의 '선할인' 구조가 내년부터 선할인 폭을 축소하는 대신 소비처에 따라 환급을 부여하는 이중 할인 시스템으로 18년 만에 크게 바뀐다. 정부가 온누리상품권을 단순한 ‘할인 상품권’에서 전통시장과 지방 상권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정책 수단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온누리상품권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은 기본적으로 7% 선할인 방식이다. 소비자가 10만원어치를 충전하면 실제로 내는 돈은 9만3000원이다. 이후 어느 지역, 어느 유형의 온누리 가맹점에서 사용하든 혜택은 같다.

내년부터는 이 구조가 ‘5% 선할인+소비처별 환급’으로 바뀐다. 정부안대로 확정되면 10만원어치를 충전할 때 우선 5000원을 할인받아 9만5000원만 내고, 이후 어디서 소비했느냐에 따라 추가 혜택을 받는다.

전통시장에서 10만원을 쓰면 5%인 5000원을 다시 온누리상품권으로 돌려받는다. 구매할인 5000원과 소비환급 5000원을 합쳐 총 1만원, 즉 10%의 혜택을 받는 셈이다. 지방의 골목형 상점가나 상점가에서 사용하면 3%를 추가 환급한다. 구매 단계의 5% 할인을 합하면 총 혜택은 8%다. 반면 수도권 골목상권에서는 추가 환급 없이 구매할인 5%만 적용된다.

예컨대 똑같이 디지털온누리 10만원어치를 산 소비자라도 서울의 골목형 상점가에서 사용하면 혜택이 5000원에 그치지만 지방 골목상권에서는 8000원, 법정 전통시장에서는 지역과 관계없이 1만원 상당의 혜택을 받게 되는 구조다. 다만 5% 선할인은 아직 확정된 수치는 아니다. 중기부 관계자는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할인율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할인 구조를 뜯어고치는 것은 현재의 일률적인 선할인 방식으로는 소비가 필요한 곳으로 돈을 유도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온누리상품권은 이미 상당한 소비 유발 효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사용액 3조9500억원 가운데 65%인 2조6000억원이 전통시장에서 사용됐고, 전체 사용액의 57%는 비수도권에서 쓰였다. 정부 조사에서는 온누리 이용자의 95.9%가 대형마트에서 쓰던 소비 중 일부를 전통시장으로 옮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사용지역과 관계없이 같은 할인율을 적용하다 보니 지방의 취약 상권에 소비를 더 끌어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이에 따라 “온누리는 전국 소비자를 전통시장과 지방 상권으로 유입시키고, 지역화폐는 해당 지역 주민의 생활상권 소비를 촉진한다”는 식으로 두 상품권의 역할을 구분하기로 했다.

올해 온누리상품권 결제가 일부 유명 상권과 점포에 집중된 것도 이런 제도 개편의 배경 중 하나다. 중기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온누리상품권 결제액 상위 상권에는 서울 종로 보령약국골목과 광장시장, 대전 은행상점가 등이 이름을 올렸다. 온누리가 전국의 취약 상권을 지원하는 제도인 만큼 이미 소비자가 몰리는 상권뿐 아니라 지방의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권으로도 소비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온누리 가맹점을 늘리는 핵심 통로인 ‘골목형 상점가’ 지정 방식도 손질한다. 현재는 원칙적으로 2000㎡ 안에 소상공인 점포가 15개 이상 모여 있으면 골목형 상점가로 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기준을 전국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점포가 상대적으로 드문 지방 상권은 지정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상권이 활성화된 지역에선 골목형 상점가가 우후죽순 쏟아지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실제 골목형 상점가는 2024년 381곳에서 지난해 1564곳, 올해 8월 말 2130곳으로 2년 만에 5.6배 늘었다.

정부는 앞으로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지정 기준을 차등화한다. 재정자립도 상위 25% 지방정부는 2000㎡ 안에 점포가 30개 이상 있어야 하지만 중위 50%는 20개, 하위 25%는 15개 이상이면 지정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전통시장 반경 1㎞와 인구감소지역에는 15개 기준을 적용한다.

지방정부가 조례를 통해 임의로 기준을 더 낮추는 방식은 폐지한다. 골목형 상점가가 지나치게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정 전 중기부와 사전 협의하는 절차도 도입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서 돈을 쓰기 쉽게 만드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디지털온누리의 QR 결제망을 알리페이플러스 등 해외 결제망과 연결해 외국인이 한국에서 별도의 결제 앱을 새로 설치하지 않아도 자국에서 쓰던 앱으로 온누리 가맹점의 QR코드를 찍어 결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 자료는 알리페이와 온누리 QR을 연계하면 각국 주요 결제 앱 40여 개가 자동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제시한 결제망 예시를 보면 한국의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토스페이를 비롯해 태국 트루머니·빅페이·SCB 플래닛 플러스, 말레이시아 TNG e월렛·퍼블릭뱅크·빅페이 등이 알리페이플러스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다.

베트남에서는 모모·잘로페이·비엣콤뱅크, 필리핀에서는 GCash·HelloMoney를 이용할 수 있다. 이 밖에 우즈베키스탄 HUMO, 파키스탄 NayaPay, 몽골 hiPay, 아르메니아 idram, 이탈리아 Tinaba, 독일·오스트리아의 bluecode 등도 연동망에 포함돼 있다.

예컨대 베트남 관광객이 국내 전통시장을 찾았을 때 평소 쓰던 모모나 잘로페이를 열어 가맹점 QR코드를 찍는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상인 입장에서는 국가별 결제수단을 일일이 갖추지 않고도 여러 나라 관광객의 결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네이버·카카오 등 지도 서비스와 외국인용 내비게이션에도 온누리 가맹점이나 전통시장 위치를 표시해 외국인 관광객이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온누리 소비를 지방 관광과 연결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일정 금액 이상 디지털온누리를 사용하면 상품권 환급 외에 지방정부가 지역 관광명소 입장권이나 숙박권, 지역쇼핑몰 할인쿠폰 등을 추가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전주 남부시장에서 온누리를 사용한 소비자가 인근 한옥마을에서 관광과 숙박을 하는 식의 지역 여행 패키지를 예로 들었다. 적립된 카드포인트나 공공기관 임직원이 가진 복지포인트를 디지털온누리로 바꿀 수 있는 길도 열린다.

중기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온누리상품권의 역할을 ‘싸게 사는 상품권’에서 ‘소비할 곳에 따라 혜택이 달라지는 상품권’으로 바꾼다는 구상이다. 전통시장과 지방 취약 상권에는 혜택을 더 주고, 이미 소비가 활발한 상권에는 혜택을 줄여 한정된 재정을 소비 활성화가 필요한 곳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새 할인·환급 체계와 골목형 상점가 지정기준 개편은 2027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외국인 결제 편의 확대와 네이버·카카오 등과 연계한 온라인 홍보는 내년 상반기부터 추진한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