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원전, 美 시장 뚫었다…APR1400 2기·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 추진

입력 2026-10-01 07:35
수정 2026-10-01 07:46


한국형 대형 원전 APR1400의 미국 진출 길이 열렸다. 한국과 미국이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를 건설하는 협력 틀에 합의하면서 그동안 수출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와의 기술 사용 관련 협정도 개정하기로 했다.

한국은 웨스팅하우스 지분까지 확보해 미국은 물론 웨스팅하우스가 영향력을 행사해온 제3국 원전 시장 진출에도 나선다는 구상이다.

1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대미투자펀드 2000억달러 가운데 최대 1200억달러를 투입해 미국에 대형 원전 8기를 건설하는 내용의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에 합의했다.

한미 양국 정부와 웨스팅하우스,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이 프레임워크에 서명할 예정이다.

건설 대상은 한국형 APR1400 2기와 웨스팅하우스 AP1000 6기다. 1단계로 AP1000 2기를 착공하고, 2단계에서 APR1400 2기와 AP1000 2기를 건설한 뒤 3단계에서 AP1000 2기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APR1400의 미국 건설을 가로막아온 웨스팅하우스와의 기존 타협협정(SA)을 개정하기로 한 것이다.

한전·한수원은 지난해 1월 웨스팅하우스와 SA를 체결하면서 원전 수출 때마다 상당한 규모의 기술 사용료를 부담하는 조건을 받아들였다. 이 협정으로 APR1400의 미국 건설에도 제약이 있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프레임워크에 APR1400 2기를 미국에 짓기 위해 SA를 개정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며 “서명해 놓고 개정하지 않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도 추진한다. 김 장관은 지분율을 5~10% 수준에서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전과 한수원은 재무 부담을 고려해 상징적 수준으로 참여하고 국내 민간기업들도 함께 투자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현재 웨스팅하우스 지분은 캐나다 사모펀드 브룩필드가 51%, 캐나다 우라늄 업체 카메코가 49%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 확보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를 넘어 웨스팅하우스와의 사업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국내 기업들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 등 웨스팅하우스가 사업 기반을 가진 제3국 원전 시장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P1000 6기 건설에도 한국 기업들이 시공과 기자재 공급 등에 참여한다. 1978년 웨스팅하우스 기술로 한국 첫 원전인 고리 1호기가 건설된 지 약 50년 만에 한국 기업들이 웨스팅하우스와 협력해 미국 원전 건설에 참여하는 셈이다.

다만 이번 합의가 8기 건설의 최종 확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전체 사업비 1200억달러 가운데 200억달러를 공사비 초과 등에 대비한 예비비로 책정했다.

지반 조건과 냉각수 확보, 전력 수요처 및 전력망 연결 여부 등에 따라 사업비와 수익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총론에는 찬성했지만 구체적인 프로젝트 조건에 따라서 사업비와 상업적 합리성이 갈린다”며 “미측이 제시할 세부 프로젝트를 두고 4분기에 면밀한 검증 작업을 거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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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