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싸다고 건물도 쌀까…일본 부동산 투자 착시 [더 머니이스트-김용남의 부동산 자산관리]

입력 2026-10-02 06:30

9월30일 집코노미 부동산 박람회에서 ‘도쿄와 오사카, 어디를 어떻게 살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했습니다. 강연에서 던진 핵심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엔화를 싸게 살 수 있다면 일본 부동산도 좋은 가격에 살 수 있을까요. 이날 기준 원·엔 환율은 862.73원이었습니다. 일본 부동산에 관심을 둔 한국 투자자의 눈길을 끌 만한 수치입니다. 그러나 환율이 보여주는 기회와 부동산이 실제로 제공하는 수익은 구분해야 합니다. 그 사이에는 ‘엔저’와 ‘표면이율’이라는 두 가지 착시가 존재합니다.

첫째는 엔저 착시입니다. 엔화를 싸게 사는 것과 부동산을 싸게 사는 것은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가령 원·엔 환율이 10% 내려가는 동안 매입하려는 부동산의 엔화 가격이 20% 올랐다면, 원화 기준 매입대금은 오히려 8% 늘어납니다. 환전에서는 이득을 봤지만 자산을 사는 데는 더 많은 돈을 쓰는 셈입니다. 반대로 환율이 다소 불리하더라도 자산을 충분히 낮은 가격에 매입한다면 투자 조건은 나아질 수 있습니다. 환율의 방향만으로 매입 시기의 유불리를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가격의 적정성도 과거 가격이나 주변 호가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지난해보다 싸졌더라도 임대수입이 줄고 수선비가 늘어난 건물이라면 좋은 가격이 아닐 수 있습니다. 주변 거래가격이 올랐다는 사실 역시 해당 건물의 수익성을 보증하지 않습니다. 매도자가 주변 시세를 강조하더라도, 투자자는 보수적으로 추정한 소득과 비용을 바탕으로 매입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해야 합니다.

둘째는 표면이율 착시입니다. 매물 광고에 제시된 만실 기준 표면이율은 공실 없이 임대됐을 때의 연간 예상 임대료를 매매가격으로 나눈 값입니다. 따라서 광고에 제시된 예상 임대료와 실제 임대수입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투자 판단에서는 표면이율보다 공실을 반영한 실제 임대수입에서 운영비를 차감한 순영업소득(NOI)을 매입가격으로 나눈 NOI 수익률(자본환원율)을 살펴야 합니다. 표면이율이 같더라도 실제 임대 현황과 비용 구조에 따라 자산의 수익성은 달라집니다.

일본에서도 매물 광고에는 표면이율이 사용되지만, 중소형빌딩과 주거용 1동 임대빌딩에 대한 전문적인 투자 분석에서는 NOI와 자본환원율을 기준으로 가격의 적정성을 검토합니다. 광고 속 수익률과 실제 투자 판단의 기준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중요한 것은 표면이율이 얼마나 높으냐가 아니라, 비용을 뺀 순임대수입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들어오느냐입니다.

구분소유 원룸은 관리비와 수선적립금이 수익을 줄이고, 주거용 1동 빌딩을 소유하면 외벽 보수와 옥상 방수, 설비 교체 같은 지출을 직접 계획해야 합니다. NOI 수익률 역시 최종적으로 손에 남는 수익률은 아닙니다. 매입 부대비용을 포함한 총투자금액을 확인하고, 보유 중에는 대규모 수선 지출과 대출 원리금 상환, 소득에 대한 세금까지 반영한 현금흐름을 따로 살펴야 합니다. 높은 표면이율은 저평가의 신호일 수도 있지만, 취약한 임대수요와 노후화, 매각의 어려움을 반영한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높은 숫자에 끌리기보다 왜 그 자산의 표면이율이 높은지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공실은 광고 속 수익률과 실제 성과의 차이를 보여줍니다. 월세 10만엔짜리 방에서 5000엔을 더 받으려고 한 달을 비워두면, 잃은 한 달 치 임대료를 인상분으로 되찾는 데만 20개월이 걸립니다. 추가 모집비 등을 제외한 단순 계산으로도 그렇습니다. 임대료를 높였다는 사실만으로 운영을 잘했다고 평가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입주 시점과 임차인의 지불 여력, 재계약 가능성까지 고려해 연간 순수입을 늘려야 합니다. 공실을 줄이기 위한 조건 조정이 무리한 임대료 인상보다 나은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판단은 설명이 아니라 기록에서 출발합니다. 임대차 현황표의 만실 표시를 실제 입금 내역과 대조하고, 연체 여부와 계약 종료 시점을 확인해야 합니다. 주변 시세보다 임대료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그 차액을 곧바로 예상 수입에 더해서도 안 됩니다. 기존 계약조건과 실제 임대료 조정 가능 시점을 확인하고, 실현 가능한 인상분만 수익 전망에 반영해야 합니다.

서브리스(전대차)의 임대료 보장도 기간만 볼 것이 아니라 임대료 조정과 해지 조건까지 읽어야 합니다. 수선 이력과 설비 상태를 확인하지 않으면 매입 직후 필요한 지출을 놓칠 수 있습니다. 실사는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절차인 동시에, 아직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비용을 찾아 매입 조건에 반영하는 과정입니다.

두 가지 착시를 걷어내면 투자 판단의 중심도 달라집니다. 엔저는 매입 순간의 비용을 낮출 수 있지만, 자산관리는 보유기간 전체의 소득을 좌우합니다. 환율은 투자자가 통제하기 어렵지만, 임차인 유지와 공실 대응, 비용 집행 및 수선 계획은 운영 역량에 따라 개선할 여지가 있습니다.

앞으로 일본 주거용 시장은 공급 여건과 임대수요가 가격을 지지하더라도 금융비용과 운영 부담에 따라 자산별 성과가 갈릴 가능성이 큽니다. 금리가 있는 시대에는 미래의 가격 상승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NOI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키워야 자산가치를 지탱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매입가격의 적정성을 분석하는 투자자문과 보유기간의 소득을 관리하는 부동산 자산관리가 분리되기 어렵습니다. 해외부동산 투자자문사를 선정할 때도 매물 소개 능력만 볼 것이 아니라 현지 관리 체계와 운용 실적, 수선 계획 및 정기 보고 역량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매입할 때 제시한 예상 수익이 실제로 실현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차이가 생기면 원인을 분석해 개선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입지는 좁게, 운영은 깊게, 관리는 끝까지’라는 원칙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좋은 투자는 싸게 환전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적정 가격에 매입한 뒤 보유하는 동안 소득을 지키고 키우는 과정에서 완성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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