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조원 알래스카 LNG, 선뜻 참여하기 어려운 이유는?

입력 2026-09-30 20:25
수정 2026-09-30 20:28

미국이 한국의 대미투자처중 하나로 요구하고 있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가 또 다시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동전쟁으로 LNG 공급 압박이 심화됐음에도 동아시아국가들이 이 프로젝트 참여를 결정하기 어려운 것은 이 사업이 그만큼 많은 사업적 불확실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동아시아국가들은 수송기간의 단축 같은 편의성이 있으나 사업 비용이 얼마나 들어갈지, 그 많은 사업 비용을 감당하고 경제성있는 LNG 가격이 나올지 불확실성이 너무 많은 상태이다. ·

로이터 통신은 30일(현지시간) 알래스카 LNG 사업에 대해 LNG업계의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회의적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일련의 경제 성과 발표를 위해 이 날 한국이 약속한 대미 투자 패키지중 하나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건설 계획을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사업비는 현재 약 445억달러(약 60조원)~ 545억달러(약 74조원)로 추산되지만 사업비에 불확실성이 많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최북단 노스 슬로프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처리해 약 800마일(1,290km) 길이의 파이프라인으로 남부 항구 도시 니키스키의 LNG액화 시설까지 수송해 아시아로 수출하는 프로젝트이다. 목표 액화 능력은 연 20Mtpa(MTPA:연간 백만톤, 즉 연 2천만톤의 생산 용량)이다. 현재 글렌파른 그룹이 프로젝트 지분의 75%, 알래스카주 산하 기관인 알래스카 가스개발공사(AGDC)가 25%를 보유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26년에 파이프라인에 대한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리고, 2031년에 첫 LNG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알래스카 남부에 있는 수출 터미널을 통해 멕시코만 연안의 LNG 터미널보다 훨씬 짧은 항해 거리로 동아시아에 LNG를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수송 기간이 약 일주일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에상된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수십 년 동안 논의되어 왔으나 사업성에 대한 평가로 지지부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압박을 통해 한국 일본 등의 투자를 추진하면서 다시 떠올랐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 주정부 산하 AGDC와 한국과 일본 대만 태국을 방문해 이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유치에 나섰다.

그러나 LNG 업계의 많은 사람들은 알래스카 LNG의 상업적 실현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이다.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자료에 따르면, 우선 알래스카의 노스슬로프에서 니키시에 이르는 지역은 시공 환경 자체가 극한 환경에 가깝다. 영구동토층에 습지, 산악지형, 하천 등이 있고 마지막에는 해저구간까지 통과해야 한다.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는 이미 2020년에 파이프라인 건설이 영구동토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했다.

영구동토층은 땅 파기가 어려운 문제만이 아니라 공사나 파이프라인의 열 때문에 얼음이 녹으며 지반이 내려앉는 부등침하가 발생할 수 있다. 또 동결·융해가 반복되면 파이프에 응력이 발생할 수 있어 기초·단열·배수·지반 안정화 설계가 훨씬 정교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과거 알래스카의 트랜스 알래스카 파이프라인 건설 당시에도 지하조건, 지하수, 영구동토층, 예상보다 낮은 건설 생산성 등이 비용 상승 요인이었다. 알래스카 주의회도 올해 알래스카 LNG가 프로젝트의 비용 리스크가 사업 지연요인으로 지적했다.

또 노스 슬로프 같은 북쪽 지역은 겨울의 극저온과 여름의 습지 해빙 조건 때문에 연중 공사가 불가능해 실제 작업 가능한 공기가 짧아진다. 작업이 중단되는 기간의 장비 인력 숙소 물류등 비용이 증가하는 것이다.

노스 슬로프에서 생산된 가스를 바로 니키스키로 보내 액화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노스 슬로프 근처의 프루도만 가스는 이산화탄소 함량이 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LNG를 섭씨 -162도로 냉각할 때 이산화탄소가 남아있으면 공정에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노스슬로프에 상당히 복잡한 대형 가스처리시설도 건설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약 77억달러~92억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니키스키 지역의 액화처리시설의 불확실성은 더 크다. 대형 LNG 플랜트는 압축기, 열교환기, LNG 저장탱크, 발전설비, 부두, 배관, 전기설비 등 수많은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조달 시공이 이뤄지기 전에 기본설계(프론트엔드 엔지니어링 설계:FEED)가 완성돼야 하는데, 아직 파이프라인 정도의 FEED 만 진행된 상태이며 가스처리시설과 액화시설에 대해서는 기본설게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로 평가된다. 에너지 분석기관인 우드 매킨지가 올해 4월 발표한 알래스카 LNG 분석자료에 따르면,현재 추산되는 비용, 약 236억달러~284억달러 라는 추산 비용 자체도 약 ±30% 의 변동성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2025년 알래스카 주의회 의뢰 분석에서도 FEED 이후에도 상당한 비용 불확실성이 남을 수 있으며, 향후 EPC 계약에서 이 비용 리스크를 누가 부담할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프로젝트 비용이 증가할 경우 결국 알래스카 LNG 가격이 비싸질 것이고 이보다 저렴한 미국 멕시코만 연안의 LNG뿐 아니라 인접한 캐나다의 LNG와도 경쟁하기 어려울 수 있다. 캐나다의 정치적 안정성 때문에 캐나다 LNG는 동아시아 국가들로서는 중동산 LNG의 매력적인 대안으로 여겨진다.

공급 계약도 유동적이다. 현재까지 한국과 일본 대만 태국 및 프랑스의 에너지 기업인 토탈에너지와 연간 1,300만톤 규모의 예비구매확정을 체결했다. 즉 구속력 있는 구매 계약이 아닌 셈이다. 로이터는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 알래스카 LNG 구매에 대한 확고한 약속이라기보다 트럼프 행정부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추진 노력에 대한 지지 정도의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아시아 LNG 수요가 계속 빠르게 늘어날 지도 불확실하다. 우드 매킨지는 올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LNG 수요를 약 257MT으로 전망해 작년 268MT, 2024년 278MT에서 계속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도 장기적으로 원전·재생에너지 확대 등에 따라 LNG 수요 불확실성이 있다.미국의 비영리 에너지 금융연구기관인 IEEFA는 이 때문에 알래스카 LNG 사업의 경제성이 불투명하며, 한국은 장기 LNG 수요 전망을 감안해 이 사업의 경제성을 신중히 평가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