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시대, 주식시장은 무엇을 봐야 하나[머니인사이트]

입력 2026-10-03 18:24
수정 2026-10-03 18:32


/사진 설명
케빈 워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지난 9월 16일 워싱턴DC Fed 본부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Fed는 2023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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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문

“고금리가 지속되는 시장에서는 실적과 현금흐름이 뒷받침되는 기업에 집중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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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지난 20여 년의 저금리 환경을 설명하는 중요한 개념은 ‘과잉저축’이었다. 투자하려는 수요에 비해 저축하려는 자금이 많았고 안전자산으로 향하는 수요도 강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 기대가 낮아지면서 이 구조는 더욱 뚜렷해졌다. 디지털 기술은 발전했지만 경제 전체의 저축을 흡수할 만큼 실물투자가 늘어나지는 않았다.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은 상대적으로 적은 설비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고 수익을 낸 기술기업들은 현금을 축적했다. 자금의 가격인 금리가 낮게 유지될 여건이었다.

◆과잉저축에서 AI 투자로

2023년부터 시작된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랠리는 자금의 사용처를 바꾸고 있다. AI 모델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공급하려면 반도체와 서버, 데이터센터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 전력망과 발전설비 투자도 뒤따른다. 과거 플랫폼의 확장보다 훨씬 많은 실물자본이 필요하다. 케빈 워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도 지난 8월 잭슨홀 연설에서 과거의 세계적 저축과잉과 현재 AI 인프라로 유입되는 자본을 대비했다. 저축에 비해 투자 기회가 부족했던 환경에서 새로운 수익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자금을 투입하는 환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투자 규모에 대한 전망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는 2030년 글로벌 데이터센터 설비투자 전망을 올해 초 1조7000억달러에서 8월에는 3조달러 이상으로 상향했다. 여기에는 AI 수요 확대뿐 아니라 장비 가격과 투자비용 상승도 반영됐다. 이 전망에 미국 AI 데이터센터 투자 비중과 명목 국내총생산(GDP) 가정을 적용한 당사 추정에서는 2030년 관련 투자액이 미국 GDP의 약 4.5%에 이른다. 이는 확정된 투자액이 아닌 조건부 추정이지만 자금 수요의 규모를 다시 평가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투자는 생산성을 높이기 전에 현재의 수요를 늘린다. 데이터센터를 짓는 단계에서 전력과 장비, 인력이 필요하지만 생산성 개선은 설비가 가동되고 AI가 실제 업무에 활용된 뒤 확산된다. 그 시차 동안 자금조달 수요와 실물자원의 병목이 금리와 비용에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재정적자와 물가도 금리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다. 다만 AI 투자 확대는 고금리가 일시적인 긴축의 결과를 넘어 구조적으로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이유를 제공한다. 과거의 초저금리 복귀를 투자전략의 기본 전제로 삼기는 어려워졌다.

◆금리를 감당할 이익 성장

그렇다고 고금리의 장기화가 곧 주식시장 상승 추세의 종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주가에는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할인율과 그 이익 자체의 변화가 함께 작용한다. 금리가 높아지면 같은 이익에 부여하는 가치가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이익이 그 부담을 감당할 만큼 성장한다면 주가는 상승할 수 있다. 과거에도 금리와 주가가 함께 오른 구간은 존재했다. 투자자는 금리의 수준과 함께 성장의 강도, 기업이 실제로 벌어들이는 이익을 비교해야 한다.

이때 금리가 오르는 원인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유 공급 차질로 유가가 상승하면 기업은 원가 부담을 지고 가계는 구매력을 잃는다. 물가 때문에 금리가 오르는데 이익 전망은 약해질 수 있어 주식시장에 불리하다. 반면 투자와 성장 기대가 높아져 실질금리가 상승하는 경우에는 기업의 매출과 이익 전망도 개선될 수 있다. 주식시장이 고금리를 소화할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물론 성장에 따른 금리 상승도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거나 신용 경색을 동반하면 부담이 된다. 이익 개선과 금융 여건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지난 9월 중순 이후 미국 시장에서는 이런 구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5.2%를 넘어서는 구간에서도 나스닥은 신고가를 경신한 뒤 고점 부근을 유지했다. 높은 금리에 따른 변동성은 남아 있지만 경기 개선이 밀어올리는 금리에 대한 주가의 민감도는 약해지는 모습이다. 9월 25일까지 S&P500의 9월 월간 상승률이 0.7%였던 데 비해 IT 업종은 4.8% 올랐다. 지수만 보면 부진한 시장이지만 내부에서는 이익 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은 산업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었다.

다만 이 적응이 모든 산업에 동일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높은 금리를 감당하면서도 투자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격차는 커질 수 있다. AI 인프라처럼 수요가 늘고 이익 전망이 상향되는 부문은 자금조달 비용을 지불할 유인이 있다. 반면 차입 부담이 크고 수요가 약한 기업은 투자를 줄여야 한다. 고금리가 지속되는 시장에서는 주식 비중을 늘리는 판단과 업종을 넓게 분산하는 판단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실적과 현금흐름이 뒷받침되는 기업에 집중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10월 실적 시즌에서 확인할 변화

지난 9월에는 주요 기업의 실적 발표가 상대적으로 적어 금리와 유가가 시장의 관심을 차지했다. 그사이 AI 산업에서는 투자 판단에 필요한 변화가 누적됐다. 미국과 중국 기업들의 모델 경쟁이 이어졌고 고성능 모델과 저비용 모델을 함께 공급하는 전략도 확대됐다. AI 서비스를 사용하는 비용이 낮아지면 적용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가 넓어진다. 어느 기업이 최종 승자가 될지를 미리 맞추는 것보다 경쟁이 지속되고 실제 사용량이 늘어나는지를 관찰하는 것이 AI 인프라 투자에는 더 중요하다.

특히 AI 에이전트의 확산은 수요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힌다.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여러 단계의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는 추론을 반복하고 외부 도구와 데이터를 활용한다. 이 과정에서는 그래픽처리장치(GPU)뿐 아니라 중앙처리장치(CPU)와 저장장치, 네트워크, 서버에 대한 수요도 늘 수 있다. 토큰 가격 하락 역시 단가의 감소와 사용량의 증가를 함께 봐야 한다. 비용 절감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전체 연산 수요를 키우는 ‘제번스 역설’이 조금씩 확인되고 있다.

10월 현재 실적 시즌에는 이런 변화가 숫자로 확인될 수 있다. 반도체와 서버 기업의 매출 전망, 클라우드의 성장과 수주, AI 서비스의 유료 이용 및 매출 기여가 중요하다. 투자 계획이 늘었다는 발표에 그치지 않고 실제 주문과 매출로 이어지는지, 공급 기업이 이익을 확보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응용 소프트웨어에서는 사용량 확대와 함께 서비스 제공 비용, 영업이익률의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적 전망이 계속 높아진다면 시장이 기업에 부여하는 가치의 중심도 먼 미래의 기대에서 현재의 이익으로 옮겨갈 수 있다.

주식 비중 확대의 중심은 이익 가시성이 높은 AI 인프라가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반도체에 더해 서버와 저장장치, 네트워크와 전력설비에서 수요 증가가 실적으로 연결되는 기업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 한국 시장에서도 반도체를 비롯해 실적 개선이 확인되는 공급망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둘 만하다. AI 관련 사업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높은 가격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이익 추정치의 상향과 현재 주가를 함께 비교하고, 투자 이후 현금흐름과 차입 부담까지 점검해야 한다.

유가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정책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유가가 다시 급등하거나 AI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낮아지면 비중 확대의 전제를 재검토해야 한다. 반대로 유가 상승이 제한되고 실적이 개선된다면 10월의 조정은 연말을 바라보며 주식을 늘릴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난 9월의 보수적 대응을 그대로 연장하기보다 실적 확인에 맞춰 주식에 대한 관심을 다시 높일 필요가 있는 시기다. 금리 하락을 기다리는 동안 이익이 앞서 성장하는 기업들의 투자 기회를 놓칠 수 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