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종목 기준으로 국내 최대 규모 주가조작 사건인 ‘영풍제지 사태’ 주범들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30일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박종열)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공현철 씨에게 징역 3년과 벌금 2430억원을 선고했다. 주범으로 함께 지목된 이진훈 씨에게는 징역 15년과 벌금 3973억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앞서 공씨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2조3694억원, 이씨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조947억원을 구형했다. 피고인들의 벌금은 총 2조9000억원에 달하며 선고가 유예된 벌금까지 계산하면 4조원에 육박한다.
공씨와 이씨 등은 2022년 10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444개 계좌를 동원해 대규모 시세조종 주문을 내 영풍제지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는다. 이 기간 주가는 3000원대에서 4만~5만원대로 약 14배 급등했다. 공씨는 영풍제지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자금을 제공하는 등 범행에 가담했고, 이씨는 시세조종 인력과 자금을 모집·관리하며 범행을 총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구형량과 선고 형량 사이에 큰 차이가 난 데는 위법수집증거 판단이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검찰이 수사에 들어간 2023년 10월 4일 이후 금융감독원이 영장 없이 추가로 확보한 금융거래 자료를 사실상 형사수사를 위해 수집한 증거라고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적법하게 확보된 자료 등을 토대로 부당이득을 다시 산정했다. 검찰이 공소사실에서 산정한 부당이득 약 7898억원 가운데 법원이 인정한 금액은 약 1324억원뿐이다.
재판부는 “장기간 다수의 시세조종 행위로 시장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판단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