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1일 무단결근 걸렸는데…서교공 '노조 갈등' 폭발한 이유

입력 2026-09-30 20:00
수정 2026-10-01 00:50

서울교통공사가 장기 무단결근으로 파면·해임한 노조 간부들의 징계를 취소하고 관련 행정소송 판결에도 항소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제3노조인 올바른노조가 “거대 노조 눈치 보기”라며 경위 규명과 관계자 고발을 검토하면서 노조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거대 노조’ 면죄부 줘”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위원장은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교통공사가 장기 무단결근으로 파면·해임된 노조 간부들의 징계를 취소하고 관련 행정소송에도 항소하지 않은 경위를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사가 스스로 징계를 취소해 장기간 출근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면죄부를 준 꼴”이라며 “‘노 워크, 예스 머니’라는 비상식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올바른노조는 당시 징계 취소와 소송 대응에 관여한 공사 관계자들을 배임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건은 2023년 서울시 감사위원회의 서울교통공사 근로시간 면제 제도(타임오프제) 운영 실태 조사에서 시작됐다. 노사 교섭·고충 처리 등 일정한 노조 활동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지만, 감사에서는 면제시간을 지키지 않고 별도 근무협조 없이 장기간 출근하지 않은 노조 간부가 다수 적발됐다. 일부는 무단결근 중 유흥업소에 가거나 당구·서핑을 즐겼으며, 결근 일수가 최대 721일인 직원도 있었다. 공사는 감사 결과에 따라 2024년 3월 노조 간부 36명을 파면·해임했다. 이 중 32명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고, 4명은 민사소송을 냈다.

같은 해 8월 서울지노위는 무단결근·복무 위반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파면·해임은 지나치다며 복직 판정을 내렸다. 공사의 복무 관리가 부실했고, 먼저 오래된 관행을 바로잡을 기회를 줘야 했다는 이유였다. 공사는 복직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지만, 법원도 징계 사유는 인정하면서 파면·해임은 과도하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공사는 행정법원 판결에 항소하지 않았다. 지난 7월 별도 민사소송에서 서울동부지방법원이 장기 무단결근에 따른 파면이 정당하다는 취지로 판결했는데도 항소를 포기해 ‘고의 패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올바른노조는 이를 두고 “거대 노조 눈치 보기”라고 지적했다. 공사 관계자는 “행정소송에 적극 대응했지만, 1심 판결 등을 검토한 결과 항소해도 승소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근태 관리 안 되는 노조 전임자공사 인터넷 익명게시판이 폐쇄된 것도 노조 간 갈등을 키우고 있다. 올바른노조에 따르면 이 게시판은 지난해 2월 폐쇄돼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지 않다. 2023년 말 무단결근 문제가 알려진 뒤 직원들이 해당 노조 간부와 경영진을 비판하는 공간이었지만 이후 민주노총 산하 과반 노조인 1노조와 공사 간 합의로 게시판이 폐쇄됐다.

이 과정에서 양대 노조인 1·2노조와 3노조인 올바른노조 사이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올바른노조는 전임자 근태 관리와 익명게시판 폐쇄 문제를 제기하며 기존 노조와 공사를 비판했다. 논란은 개별 간부의 복무 문제를 넘어 조합원 확장을 둘러싼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노조 전임자의 근태 관리 문제는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지적됐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327개 공공기관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노조가 있는 270곳 가운데 23곳은 노조 전임자의 근태를 별도로 관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법정 타임오프 한도를 초과했을 가능성이 있어 추가 점검이 필요한 기관도 최소 35곳으로 집계됐다.

민주노총 계열 한 노조 관계자는 “일부 기관의 노조사무실은 일반 직원이 보기에 지나치게 크고 화려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노조 활동에 대한 기본적인 관리와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문제가 곪아터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