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뜻하는 ‘에쿼티(equity)’에는 형평과 공정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같은 종류의 주식은 누가 보유하든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3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의무공개매수제도 관련 긴급성명에 참여한 국내외 자산운용사 18곳이 내세운 원칙도 이것이다.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둔 법안은 일반주주 대상 공개매수에 앞서 인수자가 지배주주 지분을 먼저 사들일 수 있도록 한다. 지배주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에 보유 지분을 전량 팔 수 있지만 일반 주주는 ‘50%+1주’에서 지배주주 지분을 뺀 물량만 나눠 팔아야 한다. 같은 한 주라도 누가 보유했느냐에 따라 매각 기회가 달라진다고 운용사들은 입을 모았다.
문제는 형평과 공정을 말하는 회원사의 목소리가 정작 금융투자협회 건물 안에서는 허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회견은 당초 금투협의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하루 전 여의도의 한 호텔로 장소가 바뀌었다. 업계에 따르면 황성엽 금투협 회장이 대관해주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운용사의 주장이 업계 전체 의견처럼 비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투협의 우려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운용사와 증권사, 사모펀드 등 회원사마다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고, 18개 운용사의 주장을 업계 전체 뜻으로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그러나 특정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것과 회원사가 의견을 밝힐 기회 자체를 막는 건 별개 문제다.
물론 운용사들의 주장이 정답인지는 충분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운용사 분석에 따르면 코스피200 기업의 지배주주 평균 지분율은 44.3%다. 현행안이 적용되면 일반주주는 보유 주식의 약 10.2%만 지배주주와 같은 가격에 팔 수 있다는 의미다. 운용사들은 지배주주의 사전 매수를 제한하고, 모든 주주가 같은 공개매수에 참여하는 ‘비례적 공개매수’를 제안했다. 인수자의 총매수 물량은 50%+1주로 유지하되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에게 같은 비율의 매각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비례적 공개매수가 현행안보다 주주 평등 원칙에 가까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청약이 몰리면 기존 지배주주는 경영권을 넘긴 뒤에도 잔여 지분을 보유해야 할 수 있다. 지분 전량 매각을 원하는 지배주주가 거래를 포기하거나 공개매수 결과에 따라 거래 성사 여부가 달라질 수도 있다. 운용사들은 전량 매각이 필요하면 100% 공개매수를 하면 된다고 설명하지만, 이 경우 인수 물량과 자금 부담이 늘어난다.
그래서 금투협이 나서야 했다. 여러 업권의 이해가 엇갈린다면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 게 협회 역할이다. 회원사의 목소리를 불편해하는 협회는 그 누구도 제대로 대변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