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승윤 칼럼] 글로벌 공동번영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입력 2026-09-30 17:46
수정 2026-10-01 00:2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미국 워싱턴DC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두 사람은 네 차례 만났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관세와 무역전쟁, 반도체와 희토류 등 수출 통제, 대만 문제 등 주요 현안을 놓고 대립했다. 합의문도, 공동 성명도 없었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두 나라의 관계가 이렇지는 않았다. 중국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빠르게 성장했고, 미국은 값싼 중국산 제품 덕분에 물가가 안정됐다. 저물가 속에 경제가 성장하는 ‘골디락스(Goldilocks)’ 시대를 미국과 중국이 함께 누렸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이 가더니, 유럽 재정위기로까지 번지면서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중국은 미국이 지배하는 단극 체제에서 벗어나기를 원했다. 이후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코로나19 팬데믹 확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이란 전쟁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세계화 붕괴다. 세계는 미국과 중국 두 쪽으로 나뉘었다. 글로벌 공급망은 분절됐고, 자원과 산업의 무기화가 진행 중이다. 자본과 노동의 최대 효율을 추구하는 시대는 끝났다. 그 피해는 먼저 물가 상승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매장을 가득 채우던 값싼 제품들이 사라졌다.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2020년 이후 30% 넘게 올랐다.

수출길이 막힌 중국은 과잉생산 문제가 심각해졌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돈을 풀었다. 중국 금리는 떨어졌다. 중국은 한때 1조3000억달러를 넘어섰던 미국 국채 보유액도 6000억달러 수준으로 줄였다. 이로 인해 미 국채 금리는 상승(채권 가격 하락)했다. 대표적 장기채 금리인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 5.2%대로 치솟았다. 반면 중국은 거꾸로 연 1.6%대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양국 간 금리 격차(3.6%포인트)는 과거 유사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벌어졌다.

미국의 고금리와 고물가, 중국의 저금리와 저물가가 공존하는 상태는 지속될 수 있을까. 금리 격차가 확대될수록 값싼 중국 돈을 빌려 비싼 미 국채를 매입하는 ‘캐리 트레이드’의 유혹은 커진다. 금리 변동성이 확대되고 금융시스템 위기로까지 번질 수 있다. 자본 해외 유출로 인한 외환시장 불안도 우려된다.

늘어나는 미국의 국가부채 문제 역시 글로벌 갈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은 코로나 팬데믹 위기 대응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자금 지원, 이란과의 전쟁 비용 등으로 많은 돈을 썼다. 2020년 초 23조달러 수준이던 미국 국가부채는 최근 40조달러를 넘어섰다. 올 한 해 국채 이자로만 1조달러를 지출했다. 국채 발행비용 증가는 재정위기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이란 전쟁은 중국-러시아-이란-북한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세력 형성의 도화선이 됐다. 지역 분쟁이 확산할수록 이 세력도 점점 커질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맞서는 탈세계화 시대에 우리는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사회 체제와 가치관 등을 감안할 때 미국 중심의 자유세계 편에 설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미 미국과 일본 등이 주도하는 공급망에 참여 중이다. 희토류와 핵심 광물 동맹, 반도체 및 첨단 기술 동맹,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란전쟁 파병 문제 같은 안보가 걸린 사안이다. 남중국해와 대만, 한반도에서도 비슷한 이슈가 등장할 것이다. 글로벌 공동번영의 시대는 저물고, 외교와 안보가 중요해지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지금의 모습은 한 세기 전 산업혁명 절정기를 누리던 ‘벨 에포크’(좋은 시절)의 끝 무렵을 연상시킨다. 번영하던 세계는 두 진영으로 나뉘었고 1·2차 세계대전과 인종 대청소, 내전으로 빠져들었다. 우리는 6·25전쟁이라는 엄청난 피해를 본 당사자이기도 하다.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선택을 강요받아 뒤늦게 나서기보다 먼저 결정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우리가 주도하지 못하더라도 동반자로서 안보와 외교 사안에 초기 단계부터 공동 참여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