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출범하는 중대범죄수사청 부산지방청은 강서구 명지동의 한 민간 건물에 들어선다. 부산지방법원과 부산지방공소청으로 바뀌는 부산지방검찰청에서 31㎞나 떨어져 있는 곳이다. 중수청 수사관이 공소청 검사와 업무를 협의하거나 법원 영장심사 등에 대응할 때 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대전중수청은 이름과 달리 아예 대전이 아니라 세종 소담동에 자리한다. 대전 지역에서 적합한 청사 부지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울중수청은 건물 여건상 유치장을 마련하지 못했다. 체포한 피의자를 인근 경찰서나 교정시설에 수용해야 한다. 서울 부산 대전 등 6개 지방중수청에 들어가는 전산, 통신 등 핵심 장비는 오는 12월에야 납품이 완료될 예정이다. 준비 부실에 개문발차중수청이 출범을 하루 앞두고 있다. 현재까지의 준비 상황을 볼 때 개문발차가 불 보듯 뻔하다. 단순히 문을 열고 달리는 정도가 아니다. 열차 승무원을 다 태우지 않았고, 부품은 여기저기 빠져 있고, 선로도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듯하다.
당장 중수청장 자리가 비어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7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제청한 김지용 후보자(에이펙스 변호사)를 검찰 출신이라는 이유로 여당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전례 없는 재검증 절차에 들어갔고, 이런 탓에 아직 인사청문회 날짜도 잡히지 않았다.
중수청은 총 2874명인 정원도 채우지 못했다. 8월 1차 특례임용에는 검사와 검찰 수사관 등 2376명이 신청했지만 이 가운데 615명이 신청을 철회했다. 최종 신청 인원은 1761명으로 전체 정원의 61.3% 수준에 불과했다. 9월 2차 특례임용 신청을 받았지만 출범 전까지 총원을 확보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자체 형사사법정보시스템도 미비하다. 당분간 경찰청, 공소청과 사건 자료를 정부 부처 업무관리 시스템인 ‘온나라’로 주고받아야 한다. 온나라는 지난해 해킹 사례가 확인되면서 보안이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피의자·피해자 개인정보와 진술, 수사 진행 상황 등 민감 정보가 온나라를 통해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피해는 국민의 몫중수청과 경찰·공소청 등 다른 형사사법기관 간 업무 분장도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다. 예컨대 담합 사건에서 ‘리니언시’(자진 신고 감면제도) 접수를 중수청이 해야 할지, 공소청이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기관 간 입장이 엇갈린다. 중수청은 수사의 신속성을 위해, 공소청은 기소·불기소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 각각 자체 리니언시 접수를 주장하고 있다.
1948년 창설된 검찰이 78년 만에 문을 닫고, 수사 기능을 중수청이 넘겨받으면서 한국은 여태껏 겪어보지 않은 형사사법 체계를 맞이하게 된다. 이 거대한 변화가 졸속으로 추진되는 데 대한 우려는 진작부터 나왔다. 6월 정성호 당시 법무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중수청 출범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보다 열 배 이상 큰 조직인데 몇 달 안에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이자 법무부 수장조차 우려한 일이 이제 내일부터 현실화한다. 그리고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의 몫이다. 앞으로의 혼란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라도 정부와 여당이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