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남정의 '1호 M&A'…새 먹거리로 뷰티 키운다

입력 2026-09-30 17:56
수정 2026-10-01 09:12
이 기사는 9월 30일 오후 2시1분 한국경제신문의 투자 정보 유료 플랫폼인 '한경 프리미엄9'(www.hankyung.com/premium9)에 게재됐습니다. 한경 프리미엄9을 구독하시면 더 많은 단독 기사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동원그룹이 1세대 화장품 기업 참존을 인수한다. 수산업에서 출발해 식품, 포장 등으로 영역을 넓힌 동원이 K뷰티를 신사업으로 낙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동원그룹은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참존의 최종 인수예정자로 선정됐다. 인수 주체는 동원그룹 식자재 유통회사인 동원홈푸드다. 공개입찰에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이 없으면 동원홈푸드가 법원 허가를 거쳐 최종 인수자로 확정된다. 인수금액은 수백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은 연내 인수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인수가 확정되면 2024년 취임한 김남정 회장이 주도한 첫 번째 인수합병(M&A)이 된다. 동원은 참존이 40년 넘게 쌓은 화장품 연구개발(R&D) 역량과 생산시설을 눈여겨본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기존 제조업 경쟁력을 활용해 해외 성장성이 큰 화장품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1984년 설립된 참존은 청개구리 마스코트와 대표 제품 ‘콘트롤크림’으로 알려진 기초화장품 기업이다. 1990년대 국내 화장품업계 매출 3위까지 올랐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과 경영권 분쟁 등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0년부터 5년 연속 적자를 낸 끝에 지난해 11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식품 제조업을 주력 사업으로 성장한 동원그룹은 최근 다양한 미래 성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김 회장은 2014년 부회장 승진 이후 금천(2015년), 동부익스프레스(2017년), 엠케이씨(2021년) 등 주요 기업 인수와 기술 투자를 주도했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참존 인수전에 참여한 것은 맞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동원그룹, 참존 인수 추진…참존 R&D-동원 제조 역량 결합
브랜드뿐 아니라 ODM 사업 진출…사업 다각화 통해 성장 동력 확보동원그룹이 인수를 추진 중인 참존은 ‘청개구리’ 마스코트로 잘 알려진 1세대 K뷰티 기업이다. 1990년대 업계 매출 3위까지 올랐지만 면세점 사업 실패와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40년 넘게 쌓은 기초화장품 연구 역량과 강원 원주 생산시설, 대표 제품인 콘트롤 크림의 충성 고객은 여전히 남아 있다.

동원그룹은 이 같은 자산을 수백억원에 확보해 K뷰티 호황에 올라탈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경영난을 겪는 기업을 사들여 계열사와 묶어 키우는 ‘동원식 인수합병(M&A)’ 전략이 화장품시장에서도 통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K뷰티에 베팅하는 동원30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참존의 기업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서울회생법원은 연내 참존 인수예정자를 확정할 계획이다. 공개입찰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원매자가 없으면 현재 인수예정자인 동원홈푸드가 참존의 새 주인이 된다. 성사되면 2024년 김남정 회장 취임 후 처음 이뤄지는 동원그룹의 외부 M&A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HMM 인수전 재개가 해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와중에 김 회장 체제의 첫 딜이 예상외로 소비재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원그룹은 참존의 화장품 생산능력에 동원의 제조 관리 역량을 더해 해외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사업뿐만 아니라 코스맥스, 한국콜마와 같은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사업에도 진출해 성장하는 K뷰티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참존은 지난해 매출 181억원, 영업손실 5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자본총계는 -352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그런데도 동원이 사고 싶어 하는 이유는 기초화장품 레시피 등 제조 노하우와 브랜드 가치 등 무형 자산이 참존에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동원그룹은 그동안 기술력은 있지만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기업을 싸게 인수한 뒤 기존 계열사와 묶어 키웠다. 동원F&B가 2015년 약 450억원에 사들인 축산물 유통업체 금천은 인수 직전인 2014년 매출이 1160억원이었다. 동원F&B의 자회사 동원홈푸드에 합병된 금천의 축산물 도매 플랫폼 금천미트는 2024년 매출 5000억원을 달성했다. ◇신사업 본격 진출 ‘신호탄’지난해 동원그룹 매출(9조5837억원) 가운데 식품 가공·유통 부문이 차지한 비중은 약 68%였다. 동원은 식품에 쏠린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2차전지 등 에너지 패키징과 화학소재산업, 완전 무인자동 항만 등을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참존 인수가 성사되면 동원 포트폴리오에 해외 성장성이 큰 유망 소비재를 추가한다는 의미가 크다.

계열사와의 시너지도 기대된다는 게 업계 평가다. 동원시스템즈는 한국콜마와 화장품용 종이 튜브를 개발하고 수출용 마스크팩에 생분해 파우치를 적용한 경험이 있다. 국제물류 역량을 갖춘 동원로엑스까지 더하면 화장품 용기부터 배송까지 그룹 내에서 해결할 수 있다. 미국 유통망을 갖춘 스타키스트 등과 사업을 연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은 식품보다 유행이 빨리 바뀌고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든다”며 “1세대 브랜드가 K뷰티 호황에 올라타려면 제품 리뉴얼과 해외 마케팅에 추가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고은이/안대규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