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 마케팅 자제령에…증권사 '뒷문 판촉' 기승

입력 2026-09-30 17:56
수정 2026-10-01 01:07
금융당국이 지난해 12월부터 증권업계에 해외투자 마케팅 자제령을 내린 가운데 일부 증권사에서 유튜브와 블로그, 투자권유대행인을 통해 우회적으로 해외주식 수수료·환전 관련 판촉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금융당국의 일률적인 해외투자 마케팅 제한 조치가 이 같은 ‘뒷문 판촉’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DB증권은 최근 사내에 해외주식 편법 판촉 사례가 없는지 내부 조사에 들어갔다. 금융감독원에서 이 회사 소속 정직원 A씨의 해외주식 편법 판촉 사실을 적발한 뒤 DB증권에 관련 후속 조치를 요구하자 뒤늦게 실태 조사에 나선 것이다.

A씨는 구독자가 25만 명인 한 유튜브 채널에 DB증권 계좌 개설 안내 링크를 끼워 넣는 식으로 해외주식 거래 및 환전수수료 할인을 판촉했다. 해당 링크에는 DB증권 주식 계좌를 개설할 때 A씨를 추천인으로 기입하면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를 평생 0.04%로 맞추고 환전수수료 0원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홍보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KB증권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적발됐다. KB증권 소속 투자권유대행인인 B씨는 블로그를 통해 KB증권 계좌를 비대면으로 개설할 때 자신을 추천인으로 입력하면 수수료 우대 혜택 등을 제공하겠다고 홍보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이 시정을 요구하자 KB증권은 자사 소속 투자권유대행인 중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조사에 나섰다.

증권업계에선 DB증권과 KB증권이 기본적으로 내부통제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유튜버와 투자권유대행인의 업무 관련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금감원이 지적하기 전까지 A씨와 B씨 사례를 인지하지 못했다.

금융당국의 해외주식 마케팅 자제령이 이 같은 편법 판촉으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해외투자 관련 신규 현금성 이벤트와 광고를 중단하라고 조치했다. 이번에 DB증권에서 문제가 된 직원 A씨도 ‘금융당국의 해외주식 이벤트 자제 요구’를 근거로 수수료 할인 혜택을 판촉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말 금감원은 올해 3월까지 해외주식 마케팅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여전히 공식 해외주식 마케팅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해외주식 마케팅 제한이 사실상 ‘비공식 규제’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공식 이벤트를 막자 영업 현장은 대행인과 인플루언서를 앞세운 뒷문 유치로 옮겨갔다”며 “당국이 직접 회사의 마케팅을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심우일 기자 goodwi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