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억이던 집값이 23억 됐다"…당첨되고도 줄줄이 포기한 아파트 [시장톡]

입력 2026-10-01 11:00
수정 2026-10-01 14:29

서울 도심 업무지구에서 분양한 아파트가 초기 완판에 실패해 재공급되는 물량이 나왔습니다. 시장 안팎에서는 이른바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25억원에 육박하자 수요자들이 부담을 느낀 결과로 풀이합니다.

1일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시 중구 중림동 157-2번지 일원에 공급되는 '충정로역 자이르네'는 오는 6일 전용 84㎡ 35가구에 대해 무순위 청약을 받습니다.

'충정로역 자이르네'는 서울 지하철 2·5호선과 지하 2층 연결통로를 통해 직접 이어지는 '지하철 직통 연결' 단지입니다. '마포로 5구역 제10·11지구 도시정비형 재개발 사업'을 통해 조성됐습니다. 3개 동, 총 299가구 규모로, 일반분양 물량은 186가구입니다. 입주는 2030년 5월 예정입니다.

중요한 것은 역시 가격입니다. 이 단지 전용 39㎡ 최고 분양가는 10억400만~10억3500만원, 전용 59㎡는 18억8500만원입니다. 84㎡는 A형이 22억8700만~24억3300만원, B형이 21억2600만~22억9500만원입니다. 발코니 확장비 2400만원을 더하면, 최고가를 기준으로 25억원에 육박합니다.

당초 1순위 청약 결과 자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전용 39㎡는 일반공급 3가구 모집에 608명이 신청해 202.67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고, 전용 35가구 모집에 2266명이 신청해 64.74 대 1을 나타냈습니다. 전용 84㎡A와 84㎡B 역시 각각 12가구, 32가구 모집에 각각 239명과 225명이 몰려 각각 19.92 대 1, 10.4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모든 평형이 1순위 해당지역에서 청약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재공급되는 물량은 모두 전용 84㎡에서 나왔습니다. 막상 당첨되고 보니 계약까지는 못 하겠다고 판단한 이들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분양가가 15억원을 초과하는 만큼 대출이 최대 4억원으로 제한되면서,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은 당첨자도 꽤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분양가 공개 당시부터 '시장에서 이 가격을 소화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이번 미계약으로 인해 수요자들이 가격에 대해 느끼는 부담을 엿볼 수 있습니다.

수요자들이 계약 앞에서 망설인 이유는 이 단지가 장단점이 모두 뚜렷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장점은 역시 '입지'입니다. 2·5호선 더블 역세권인 데다 서울역까지도 도보로 이용할 수 있어, KTX 등 광역 교통망도 발 빠르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299세대 소규모 단지라는 점, 주상복합이라는 점, '자이르네' 브랜드 파워가 약하다는 점이 가격 상방을 제한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인근에 있는 단지와 비교하면 분양가가 높은 수준이지만, 연식까지 고려하면 마냥 비싸다고만 할 가격도 아닙니다. 인근의 '서울역센트럴자이'(1341세대·2017년 입주) 전용 84㎡는 지난 8월 22억9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은 바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무순위 청약을 통해 시장이 남은 물량을 소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 분양시장의 분양가 상승 속도가 가파른 데다, 서울 핵심 업무지구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라는 점 때문입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입지는 훌륭하지만 '자이르네'라는 소규모 브랜드 단지인 데다, 해당 지역 분양가가 단기간에 급격하게 높아져 당첨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같은 평형대가 2년 전 17억원 선이던 것과 비교하면 약 6억원(35%)가량 오른 금액"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박 대표는 "이번 무순위 청약에서는 남은 물량이 모두 마감될 것"이라며 "당첨 시 계약금 10%만 내면 입주 때까지 잔금 마련에 여유가 있다. 당장의 실투자금이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자금 스케줄이 맞는 사람들의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