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 '알박기 대못' 뽑고 태양광엔 '교차송전'…기후부, 재생에너지 속도전

입력 2026-09-30 15:47
정부가 무작정 풍향계를 꽂고 1년 이상 기다려야 했던 육상풍력의 대표적 규제를 없애기로 했다. 수상태양광은 기존 댐의 수력발전 송전망을 시간대별로 나눠 쓰는 '교차송전'이라는 파격적인 발상으로 활로를 찾기로 했다.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달성을 위해 속도전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풍황계측기 대신 '가상 바람지도' 활용
30일 기후부는 다음달 1일부터 육상풍력 발전사업 허가 신청 시 필수 관문이었던 '1년 이상 풍황계측기 실측자료' 제출 의무를 전면 폐지하는 개정 고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육상풍력 발전 활성화 전략'의 후속 조치다.

앞으로는 풍황 계측을 통한 1년 실측 요건이 기상청의 첨단 '재현바람장' 데이터로 전격 대체된다. 인공지능(AI)과 수치예보 기술을 결합해 최근 5년(2021년 6월~2026년 5월)간의 한반도 바람 정보를 1km 해상도, 10분 단위로 정밀 분석한 가상 바람 지도다. 풍력 사업자는 산지에 계측기를 세워 1년을 보내는 대신, 플랫폼에서 해당 검증 데이터를 내려받아 곧바로 발전사업 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사업자 선정 체계도 실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한다. 신청좌표 반경 2km 이내 유효지역에 복수의 사업자가 몰릴 경우, 과거처럼 계측기를 먼저 꽂은 순서가 아니라 발전사업 허가 심사기준과 실제 사업준비도 등을 종합 평가해 최종 사업자를 가려낸다. 자본력과 추진력을 갖춘 진짜 사업자에게만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다.

풍력 업계의 고질적 병폐였던 '알박기(깃발 꽂기)' 투기를 없애는 효과도 상당할 전망이다. 그동안은 바람이 좋은 곳에 수천만 원을 들여 풍황계측기를 먼저 설치하기만 하면 일대 사업권을 사실상 독점할 수 있었다. 실제 발전 설비를 지을 의지가 없는 브로커가 부지를 선점한뒤 발전공기업 등에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일도 잦았다.

정부는 혼선을 막으려 고시 시행 전 적법하게 계측기를 설치한 사업자는 기존 규정을 적용받도록 보호 장치를 두고, 허가 취득 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조달이나 해외 주기기 입찰을 위해 정밀 실측이 필요한 경우에는 사업자 자율로 계측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뒀다.
수상태양광이 낮에 송전망 쓴다정부는 수상태양광은 극심한 전력망 포화 문제를 '발상의 전환'으로 풀었다. 기후부는 한국수자원공사와 이날 '태양광 비전선포식'을 열고, 2030년까지 총 500㎿ 규모의 수상태양광 설비를 확보하기로 했다.

수자원공사는 기존 다목적댐에 구축된 수력발전용 송전선로를 수상태양광과 나눠 쓰는 '교차송전'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발전 시간에 따라 하나의 송전망을 나눠쓰는 방식이다.

일조량이 풍부해 태양광 발전량이 정점에 달하는 낮 시간대에는 수상태양광에서 생산된 전기를 기존 송전망에 우선 실어 보내고, 야간에 해가 지면 댐 수력발전을 가동해 동일한 송전선로로 전력을 송출한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신규 송전선로를 추가로 건설하지 않고도 대규모 수상태양광을 국가 전력망에 즉시 연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자원공사는 우선 소양강댐에 95㎿ 규모의 수상태양광을 추가 증설하는 것을 시작으로 충주·안동·대청·주암댐 등 전국 5개 핵심 다목적댐(총 400㎿ 규모)에 교차송전 방식을 전면 도입한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이날 현장에서 "교차송전은 송전망 부족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기술과 운영의 묘수로 돌파해 재생에너지를 저렴하고 신속하게 보급할 수 있는 혁신 모델"이라고 밝혔다.

김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