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30일 15:5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 3분기 인수합병(M&A) 법률자문 시장은 대기업 사업 재편 매물과 조 단위 크로스보더 거래가 함께 판을 키웠다. '김앤장 1강' 체제 속 지난 1분기 5~6위권에 머물던 법무법인 광장과 태평양이 대기업·사모펀드(PEF) '빅딜'자문을 잇따라 꿰차며 업계 선두권에 올라 '전통의 강자'로서 저력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30일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 매체 마켓인사이트가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과 집계한 2026년 3분기 누적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M&A 법률자문 분야에서는 김앤장이 1위를 지켰다. SK그룹과 롯데그룹의 굵직한 매물을 잇따라 수임한 광장과 태평양은 단숨에 2·3위로 올라섰다. 광장과 태평양은 지난 1분기 5·6위, 2분기는 4·5위를 기록하다 하반기 대기업발 M&A빅딜이 많아지면서 자문실적이 급증했다. 세종·율촌·화우가 뒤를 이었다.
김앤장은 55건, 19조460억원 규모의 거래(발표 기준)를 자문해 건수와 금액 모두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3분기에만 8조원 이상의 거래를 추가했는데, 이 중 3분의 1 이상이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한 크로스보더 거래였다. 해외 로펌들의 잔치였던 크로스보더 M&A 법률자문시장에서 국내에선 유일하게 김앤장이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앤장은 미국 실리콘밸리 한국계 여성용품 기업인 라엘의 매각(4000억원)에서 인수측인 미국 사모펀드(PEF) 타워브룩 자문을 맡았다. 상반기 포스코의 인도 JSW스틸 계열사 지분 인수(1조6095억원)와 고려아연의 미국 니르스타 제련소 인수(3732억원)도 자문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과 외국계 자본의 투자 양쪽에서 일감을 쓸어담은 셈이다.
국내 대형 거래도 놓치지 않았다. 2조3000억원 규모의 SK실트론 거래에서는 기현과 함께 인수자인 두산을 대리했다. 블랙스톤의 퓨트로닉 인수(7500억원), MBK파트너스의 스킨이데아 인수, VIG파트너스의 율곡 인수 등 국내외 PEF의 바이아웃 거래도 두루 자문했다.
광장은 47건, 10조7833억원의 거래를 자문해 상반기 4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 3분기에만 7조원 넘는 거래를 쓸어담았다. 광장은 올해 최대 거래 중 하나인 SK텔레콤의 AI 데이터센터 자회사 SK호라이즌 지분 매각과 투자 유치에서 SK텔레콤을 단독 자문해 3조1000억원을 실적으로 인정받았다. 롯데렌탈 매각(1조3105억원)에서는 인수자인 TPG를, 공차 매각(9042억원)에서는 인수자인 베인캐피탈을 대리했다. 퓨트로닉 매각에서는 매도인인 오트로닉 측을 자문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매각측과 인수측을 가리지 않고 대형 거래를 수임한 게 약진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태평양은 25건, 8조1559억원으로 3위에 올랐다. 상반기 5위에서 두 계단 뛰어오른 것이다. 연초에는 어피니티를 대리한 롯데렌탈 인수 자문이 공정위 불승인으로 무산되는 등 부침을 겪었다. 하지만 SK㈜를 대리한 SK실트론 매각이 3분기 본계약으로 이어지면서 반전에 성공했다. 건수는 대형 로펌 가운데 가장 적지만, 조 단위 거래를 잇따라 따내며 건당 거래 규모가 3000억원을 넘어 김앤장 다음으로 컸다.
태평양은 특히 올해 KKR의 조 단위 거래를 모두 맡으며 'KKR 전담 로펌'으로 존재감을 굳혔다. 3분기 SK호라이즌 소수지분 투자에서 KKR 등 인수측을 자문했고, 상반기에는 KKR 포트폴리오사 이클립스의 SK이노베이션 E&S 신재생에너지 사업부 인수(1조1486억원)를 대리했다. 경영권 거래가 아니어서 리그테이블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KKR이 삼성SDS가 발행한 1조2200억원 규모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거래에서도 KKR 측 법률자문을 맡았다.
세종은 6조7985억원 규모의 거래를 자문하며 4위를 기록했다. SK호라이즌 거래에서 태평양·율촌과 함께 인수측을 자문했고, 롯데렌탈 거래에서는 TPG의 기업결합 심사 자문을 맡았다. SK에코플랜트의 SK오션플랜트 매각(4100억원), LX PE의 에스에스피 매각(4000억원) 등 매각측 자문도 활발했다. 바이아웃 거래가 아니라서 집계에는 빠졌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SDI 보유 자사 지분 5%를 4조4499억원에 사들이는 거래에서도 삼성디스플레이 측을 자문했다. 광장과 태평양에 밀려 4위에 머물렀지만 올해 내내 상위그룹을 지키며 M&A 신흥 강자로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율촌은 32건, 6조514억원으로 5위에 자리했다. 상반기 2위로 치고 올라왔지만 3분기 신규 실적이 5791억원에 그치며 세 계단 밀렸다. SK호라이즌 거래에서 인수측 자문으로 이름을 올렸고, 헬리오스PE의 서울전선 인수(2869억원)를 자문했다. 상반기 KG그룹의 케이카 인수, 청호나이스 매각 등 대형 거래를 잇따라 따냈던 것과 비교하면, 하반기 대기업발 빅딜 수임 경쟁에서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했다는 평가도 있다. 로펌업계에선 인력 이동이 있었던 상반기 분위기가 수습되면서 연말로 갈수록 저력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율촌은 실무급 M&A 변호사층이 두텁고 전통의 M&A자문 강자로 기업 및 PEF 네트워크도 탄탄하다는 평가다.
화우는 3분기 4조7882억원으로 6위를 기록했지만 대기업 계열사 거래에서 강점을 보이며 기존 로펌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3분기에는 롯데렌탈 매각에서 매도인인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을 단독 자문해 1조3105억원 전액을 실적으로 인정받았다. 상반기에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롯데에코월 매각, 카카오의 포털 다음 운영사 AXZ 매각, SK플래닛의 코빗 매각 등에서 매도인 측을 대리했다.
인수측 자문에서도 굵직한 거래를 따냈다.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SK해운의 초대형 원유운반선 매각(9737억원)에서는 인수자인 팬오션을, HD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매각(7800억원)에서는 HJ중공업 측 인수법인을 대리했다. 3분기 들어서는 스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의 키즈노트 인수 등 중소형 PEF 거래로도 보폭을 넓혔다.
중견 로펌 가운데선 빅딜 한 건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곳이 눈에 띈다. 지평은 창업주 박관호 의장의 위메이드 지분 매각(9200억원)에서 박 의장 측을 자문하는 등 2조6063억원으로 7위에 올랐다. 기현은 두산의 SK실트론 인수 한 건(1조1500억원)으로 8위를 차지했다. 기현은 두산그룹과 오랜 기간 공고한 파트너십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이 반도체를 새 성장축으로 삼고 단행한 조 단위 인수에서도 김앤장과 함께 두산 측 자문을 맡았다.
법무법인 린은 8308억원으로 9위에 올랐다. 1조원 규모의 청호나이스 매각에서 율촌과 함께 매도인 측을 자문했으며 키스톤PE의 T&W코리아 인수,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아스타 인수, 세모컴퍼니 매각 등 중견·중소기업 거래를 꾸준히 수임했다. 창업주의 회사 매각과 중소형 PEF의 인수 거래 양쪽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평가다.
법무법인 진은 6222억원으로 10위를 기록했다. 금액으로는 10위지만 건수로는 대형 로펌 6곳 다음으로 많았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하이퍼엑셀의 1500억원 규모 투자 유치에서 회사 측을 자문했다. 매머드커피 매각, 컬리의 원지랩스 인수, 반려동물 장례기업 21그램그룹의 연쇄 인수 등도 맡았다. 벤처 투자부터 소비재 M&A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는 폭넓은 수임이 돋보였다.
베이커맥킨지·KL파트너스는 5046억원으로 11위에 자리했다. 대기업 사업부 매각 거래에서 강점을 보였다. 현대제철의 단조 자회사 현대IFC 매각(3393억원)에서 인수측인 우리PE·베일리PE를 자문했다. 코오롱글로텍의 AF사업부 매각에서는 코오롱 측을, 두산의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 매각에서는 인수자인 클로봇 측을 대리했다.
KCL은 2736억원으로 12위를 기록했다. 카무르PE의 만전식품 매각(2100억원)에서 매도인 측을 자문하는 등 중소형 거래를 주로 수임했다.
최다은/안대규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