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를 둘러싼 국회의 북한 규탄 결의안이 '대북 인도적 지원 재검토' 문구를 놓고 여야가 맞서면서 결국 채택되지 못했다. 북한군 지뢰가 군사분계선(MDL) 이남에 매설된 사실과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점에는 여야가 합치를 이뤘지만 후속 조치를 놓고 충돌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에 규탄 결의안 채택을 위한 재협상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간사인 김병주 의원은 "북한에 긴장 규명과 책임 인정, 사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내용은 모두 들어가 있었다"며 "정부에는 확고한 군사대비태세 유지와 DMZ 지뢰 탐지, 장병 안전대책 마련도 요구했다"고 말했다.
여야는 전날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을 규탄하는 데까지는 의견을 모았다. 국민의힘은 여기에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 재검토와 MDL 이남 지뢰에 대한 군사적 조치를 추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현재 추진 중인 대북 지원이 없는 데다 해당 문구는 북한 규탄과 직접 관련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대책을 재검토하라는 내용을 넣어야 한다고 고집하는데, 현재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아무 것도 없다. 이를 넣지 않으면 결의안을 처리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생트집"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북한을 규탄하면서 대북 지원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기호 의원은 전날 회의에서 "한쪽으로는 지원하면서 한쪽으로는 규탄한다는 게 얼마나 이율배반적이냐"며 인도적 지원까지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종득 의원도 "정부 차원에서 단호한 입장을 보여야 북한의 행동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의 주장과 달리 정부가 인도지원 자체를 추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통일부는 평양 강동군병원에 엑스레이와 인공호흡기 등 의료장비 166종 1431개를 지원하는 약 100억원 규모의 사업을 추진 중이다. 북한의 열악한 의료환경을 고려해 인도주의 차원에서 의료장비 지원이 절실하다는 취지였다. 지난 5월 유엔 대북제재 면제 승인도 받았다. 다만 북한이 아직 수령 의사를 밝히지 않아 실제 지원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