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생산성과 조직의 생산성은 완전히 다른 게임입니다.”
김성준 국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지난 29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을 도입하고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직원 개개인은 AI를 활용해 업무 시간을 크게 줄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곧바로 조직 전체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김 교수는 “AI를 쓰면서 개인 생산성이 30~40% 높아졌다고 느끼는 직장인들이 있다”며 “그런데 조직 관점에선 ‘생산성에 무슨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변화가 없다는 답이 나온다”고 말했다.
장태원 멀티캠퍼스 인재개발교육센터장도 기업들이 아직 AI 도입의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장 센터장은 “지금은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을 측정할 지표와 기준 자체를 명확하게 설정하지 못한 단계”라며 “어떤 일에 AI를 적용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어떻게 바꿀지, AI와 사람이 할 일을 어떻게 나눌지를 먼저 정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삼성SDS 자회사인 멀티캠퍼스는 종합 인적자원개발·기업교육 전문 기업이다.
심지어 AI가 기존 업무의 비효율까지 증폭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대표적인 사례로 보고서를 들었다.
그는 “구두로 얘기해도 될 내용을 논리적으로 보이는 '억지 보고서'로 꾸리는 게 대표적인 가짜 일”이라며 “AI가 들어오면 가짜 일에 잠식된 조직의 가짜 일이 더 폭증한다”고 했다.
과거엔 인력의 한계로 한 주에 10건 작성하던 보고서를 AI를 이용해 30~40건 만들 수 있게 되면 오히려 이를 검토해야 하는 리더들에겐 병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가 만든 문서가 겉으로는 그럴듯해도 해당 기업의 사업과 조직 상황에 맞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김 교수는 “개인마다 보고서를 만드는 시간이 빨라지면서 보고서가 폭증했다”며 “범용 AI는 우리 회사와 업의 맥락을 모르기 때문에 ‘그럴듯한’ 결과물이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재를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김 교수는 30~40대 핵심 인재 6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를 언급했다. 그는 이를 인용해 “예전에는 정보를 빨리 찾고 자료를 빨리 만들고, 상사가 물었을 때 답이 바로 나오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었다”며 “지금은 정보의 옥석을 가려내고, AI가 만든 결과물을 판단하고, 좋은 기준을 갖고 맥락을 연결해 의미를 만드는 능력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AI 시대에는 오히려 리더의 의사결정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장 센터장은 “정보가 많아졌다고 결정이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며 “무엇을 우선하고 무엇을 포기할지에 대한 기준을 리더가 더 분명하게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영진이 직접 AI를 사용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게 두 사람의 공통된 설명이다. 김 교수는 “연차가 오래된 임원일수록 ‘이건 이렇게 해야 한다’는 자신만의 성공방정식이 확고하다”며 “과거의 습관이 해체돼야 AI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새로운 습관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임원과 CEO가 직접 AI와 일해봐야 사람은 얼마나 필요하고 에이전트는 어떻게 활용할지 리소스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했다.
멀티캠퍼스도 이런 변화에 맞춰 리더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하나의 경영 사례를 재무와 조직·인사 등 여러 관점에서 분석하는 통합형 케이스 스터디 등을 운영하고 있다. AI 시대 팀장의 새로운 판단과 역할에 초점을 맞춘 ‘AI 팀장 리더십’ 과정도 선보였다.
장 센터장은 “2027년 리더가 마주할 가장 큰 과제는 변화에 대한 관리”라며 “AI를 어디에 어떤 목적으로 쓸지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변화를 실제 성과로 연결하고 조직 안에 지속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