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무덤 된 경기도…반도체 도시만 달랐다

입력 2026-09-30 08:58

경기도 미분양 주택이 1만4000가구를 넘어선 가운데 반도체 산업 기반을 갖춘 경기 남부 일부 지역에서는 정반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20일 부동산 리서치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경기도 미분양 주택은 2021년 1030가구에서 2022년 7588가구로 급증했다. 이후 2023년 5803가구로 줄었지만 2024년 1만2954가구, 지난해 1만3017가구에 이어 올해 7월 1만4394가구까지 늘었다.

경기도 전체로는 공급 적체가 심해졌지만 반도체 산업 거점과 인접한 일부 지역은 미분양을 빠르게 털어냈다.

감소 폭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오산이다. 오산 미분양은 신규 공급이 몰리면서 2024년 12월 994가구까지 늘었지만 지난해 말 202가구로 감소했다. 올해 6월에는 31가구까지 줄었다. 2024년 말과 비교하면 963가구, 96.9% 감소한 규모다.

오산은 화성·동탄과 맞닿아 있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도 가까워 경기 남부 산업벨트의 배후 주거지로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산업단지 접근성과 상대적으로 낮은 주택 가격이 실수요를 끌어들인 요인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 사업장이 있는 이천에서도 미분양이 줄고 있다. 이천 미분양은 2024년 12월 1911가구에서 지난해 말 1251가구, 올해 7월 1194가구로 감소했다. 1년 7개월 동안 717가구가 줄어든 셈이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가 자리한 화성은 미분양 규모 자체가 작았다. 2024년 205가구에서 지난해 66가구로 줄었고 올해 7월에는 57가구를 기록했다.

청약시장에서도 산업단지 인근 단지에 수요가 유입되고 있다. 지난 4월 경기 평택시 고덕동에서 공급된 '고덕신도시 아테라' 전용면적 84㎡는 1순위 청약에서 11.3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단지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가까운 직주근접 입지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기존 아파트 시장에서도 가격 상승 사례가 나왔다. 화성시 병점구 반정동 '반정아이파크캐슬5단지' 전용 84㎡는 지난 6월 8억원에 거래된 뒤 9월 10억1000만원에 손바뀜했다. 3개월 만에 2억1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다만 개별 단지의 가격 상승을 반도체 산업 효과만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입주 연차와 교통 여건, 주변 공급량 등도 주택 가격과 미분양 소진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분양 업계 관계자는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요자들이 단기 시세 차익보다 일자리 기반을 갖춘 자족도시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며 "경기 남부 반도체 산업축에서 기업 투자와 산업단지 조성이 이어지는 만큼 교통과 생활 인프라를 갖춘 배후 주거지에 대한 관심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