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기술연구원 스마트건설지원센터 보육기업 CEO] 지속가능한 탈현장 건축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 ‘네모테크놀로지스’

입력 2026-09-29 21:44


“가구나 생활용품이 필요하면 이케아를 떠올리듯이, 우리의 일상에서 가족을 위한 주말 주택이나 개인사업을 위한 소소한 공간 등이 필요할 때 남녀노소 누구나 자연스럽게 네모를 떠올릴 수 있는 국민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네모테크놀로지스는 벽체·지붕·바닥을 공장에서 정밀하게 제조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탈현장 건축 공법에 AI 설계자동화와 IoT 센서 기반 유지관리 기술을 결합해 ‘건축의 제품화’를 추진하는 기업이다. 이를 통해서 건축물을 한 번 짓고 끝나는 고정된 자산이 아니라, 삶의 변화에 따라 이동하고 확장하며 관리할 수 있는 제품으로 바꾸고자 한다. 김민석 대표(49)가 2024년 9월에 설립했다.

김 대표는 영국 AA School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글로벌 건축설계회사 KPF에서 아부다비 국제공항과 카타르 중앙은행 등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후 한국에서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며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했고, 리움미술관 리뉴얼을 비롯한 다양한 건축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오랜 기간 건축설계와 시공 현장을 경험하면서 건축산업이 여전히 현장 인력과 개별 작업자의 숙련도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문제를 느꼈습니다. 자동차나 전자제품은 공장에서 일정한 품질로 생산되지만, 건축물은 매번 다른 장소에서 새로운 인력과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네모테크놀로지스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일반적인 박스형 모듈러 건축은 완성된 공간을 통째로 운송하기 때문에 운송 크기와 평면 구성에 제약이 있습니다. 반면 네모의 시스템은 건축물을 패널 단위로 나누어 운송하기 때문에 다양한 평면과 디자인에 대응할 수 있고, 좁은 도로나 중장비 접근이 어려운 현장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패널과 패널이 만나는 접합부에는 자체 개발한 건식 접합 기술을 적용합니다. 이를 통해 기밀·단열·방수 성능을 확보하면서도 필요할 경우 건축물을 해체하거나 다른 장소로 이전하고 증축할 수 있도록 개발했습니다.”

김 대표는 여기에 AI 기반 설계자동화 기술을 결합하고 있다. 고객이 토지 정보와 원하는 면적, 예산 등을 입력하면 법규 검토, 공간 구성, 3차원 모델링과 견적 산출까지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는 VR을 통해 고객이 설계된 공간을 직접 체험하고, 설계 변경에 따른 가격도 즉시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건축물 내부에는 온도·습도·공기질·누수 등을 확인하는 IoT 센서를 적용합니다. 축적된 데이터를 Living AI가 분석해 결로와 누수 같은 하자를 예방하고, 에너지 사용과 유지보수, 올바른 공간 사용 방법까지 안내하는 건축물 관리 서비스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네모테크놀로지스의 패널형 탈현장 건축 시스템의 경쟁력은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 경쟁력은 건축의 품질을 현장이 아니라 공장에서 관리한다는 점이다. 기존 건축은 날씨와 현장 여건, 작업자의 숙련도에 따라 품질 편차가 발생하기 쉽다. 네모는 주요 구성요소를 공장에서 반복 생산하고 검사함으로써 품질을 표준화하고, 현장 공사 기간을 줄일 수 있다.

두 번째는 박스형 모듈러보다 높은 설계 자유도다. 패널 단위로 건축물을 구성하기 때문에 고객의 토지와 생활 방식에 맞는 다양한 평면과 외관을 구현할 수 있다. 운송과 현장 진입에 대한 제약도 상대적으로 적다.

세 번째는 설계·제조·시공·유지관리가 하나의 데이터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AI 설계자동화로 만들어진 정보가 공장 생산과 견적에 활용되고, 완공 이후에는 센서 데이터가 유지관리와 제품 개선에 다시 활용된다. 단순히 건축물을 시공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건축물의 생애주기 전체를 관리하는 구조다.

네 번째는 실제 실증 경험이다. 공장 앞 견본주택을 직접 해체해 다른 지역으로 이전·재설치하는 과정을 검증했으며, 견본주택의 기밀 성능 시험을 통해 목표로 설정한 4.5 ACH 수준도 확인했다. 현재는 경기도 광주에서 약 56평 규모의 2층 주택을 수주해 현재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네모테크놀로지스는 현재 경기도 광주에 있는 공장과 견본주택을 중심으로 고객에게 네모의 건축 방식을 직접 보여주는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건축은 설명만으로 품질과 차이를 전달하기 어렵기 때문에, 고객이 실제 건축물을 방문해 공간과 마감, 기밀성능, 공장 생산과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기에는 경기 광주·양평·가평 등 경기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단독주택, 소규모 상업시설, 숙박시설과 기업용 공간을 주요 시장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시공 사례와 성능시험 결과를 콘텐츠로 제작해 홈페이지, SNS, 언론기사 등을 통해 알리고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지역의 우수한 시공사와 파트너십을 구축할 계획이다. 네모가 설계와 패널 생산, 핵심 접합 기술과 품질관리를 담당하고, 인증받은 지역 시공사가 기초공사와 현장 설치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시공 매뉴얼과 교육 프로그램, 파트너 인증제도를 준비하고 있다.

“건설사와 시행사, 공공기관을 대상으로는 기존 철근콘크리트 건축물에 적용할 수 있는 고성능 외피 패널과 센서 기반 건축물 관리 솔루션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소규모 건축 시장에서 검증한 기술을 중규모 건축과 공동주택 시장으로 확장하는 전략입니다.”

네모테크놀로지스의 중장기 목표 중 하나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 주택 건축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다. “미국은 목조주택과 스틸하우스, 프리패브 건축시장이 비교적 활성화돼 있어 네모의 패널형 건축 시스템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완성된 건축물을 한국에서 직접 수출하는 방식보다는 설계 시스템과 접합 기술, 생산 매뉴얼을 표준화하고 현지 제조사 및 시공사와 협력하는 모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핵심 부품과 기술, 소프트웨어는 네모가 제공하고, 패널 생산과 시공은 현지 파트너가 담당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위해 국내에서 먼저 양산모델과 시공 매뉴얼을 완성하고, 단가와 생산시간, 성능 데이터를 축적할 계획이다. 이후 미국 건축법규와 인증기준을 검토하고 현지 파트너를 발굴해 테스트 프로젝트부터 단계적으로 진출할 예정입니다.”

김민석 대표는 어떻게 창업하게 됐을까. “건축가로 일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문제는 좋은 설계가 반드시 좋은 건축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설계가 완성된 이후에도 수많은 업체와 작업자가 현장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설계자의 의도와 성능이 완공된 건축물에 그대로 반영되기 어려웠습니다. 또한 일반 고객이 집이나 작은 건축물을 짓기 위해서는 토지 검토, 건축사와 시공사 선정, 견적 비교, 공사 관리와 하자보수까지 너무 많은 과정을 직접 감당해야 합니다. 이런 불확실성과 복잡함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공간을 갖는 일을 포기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건축물을 자동차나 가구처럼 신뢰할 수 있는 하나의 제품으로 만들 수 있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설계와 제조, 시공, 유지관리를 하나의 기업이 통합하고 품질을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초기에는 대표자 자금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기술개발과 견본주택 제작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정부 연구개발 사업과 정책금융, 보증기관의 지원, 실제 프로젝트 매출을 통해 공장과 생산설비를 확충하며 사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창업 후 김 대표는 “도면과 아이디어로만 존재하던 기술이 실제 건축물로 만들어지고, 성능이 수치로 확인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특히 공장 앞에 제작한 견본주택을 해체해 가평으로 옮긴 뒤 다시 설치하는 과정을 통해 건축물이 해체되고 이동할 수 있다는 개념을 실제로 검증했을 때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는 더 빨리, 더 자유롭게, 더 쉽고 재미있게 누구나 합리적인 가격으로 장만할 수 있는 집, 그리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쾌적한 생활환경과 건축물의 잔존가치를 보장받을 수 있는 집, 마치 레고처럼 계속 새로운 집으로 다시 지을 수 있는 집을 개발하고 보편화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견본주택을 대상으로 처음 기밀성능 시험을 진행해 목표로 설정했던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그동안 개발해 온 패널과 접합부 기술이 객관적인 수치로 증명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현재 생산 중인 단독주택(56평 2층 규모) 역시 중요한 프로젝트입니다. 고객이 네모의 새로운 건축방식을 신뢰하고 실제 집을 맡겼다는 점에서 기술개발을 넘어 하나의 사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확신을 얻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직접 설계한 제품을 공장에서 만들고, 현장에서 조립하고, 그 결과를 다시 다음 제품에 반영하는 모습을 볼 때 기존 건축회사와는 다른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있다는 보람을 느낍니다.”

네모는 제품 개발, 공장 제조와 현장시공, AI·IoT 연구개발, 사업 개발을 담당하는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김 대표는 건축사로서 제품과 건축 시스템의 전체적인 설계와 사업 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제품제작 총괄인 김도은 CPO는 금속·목공·용접과 현장 제작 분야에서 15년 이상의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패널 제작과 공장 생산체계, 현장 조립기술을 총괄하고 있다. 설계팀은 건축설계와 실시설계, 패널 생산도면과 설계자동화 개발을 담당하고, 제조팀은 공장에서 벽체·지붕·바닥 패널을 제작한 뒤 현장 설치와 품질관리를 수행한다. 외부 연구기관 및 기술기업과 협력해 IoT 센서와 건축물 상태진단, Living AI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네모는 건축가와 엔지니어, 제조 기술자가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제품을 함께 만드는 조직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김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2층 이하 소규모 건축물에 적용할 수 있는 양산모델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설계와 견적, 패널 생산과 현장 조립 과정을 표준화해 기존 건축 대비 설계 및 시공 기간을 50% 이상 단축하고, 더 많은 고객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네모의 공간을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단계에서는 지역 시공사 파트너 프로그램을 구축해 전국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네모가 핵심 제품과 기술, 품질 기준을 제공하고 지역 파트너가 현장 공사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생산과 시공 규모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기술적으로는 저층 건축용 구조패널에서 시작해 10층 이하 중규모 건축물에 적용할 수 있는 비내력 고성능 외피패널, 장기적으로는 공동주택과 고층 건축물용 외피 시스템으로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동시에 건축물의 환경과 성능 데이터를 분석하는 Living AI 를 개발할 계획입니다. 네모는 건축물을 판매하는 제조기업에 머무르지 않고, 에너지 관리와 하자 예방, 유지보수, 공간 운영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이터 기반 구독사업을 추가하려고 합니다. 장기적으로 네모는 공간이 필요한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가 되고자 한다. 건축의 혁신을 통해 사람들이 더 자유롭고 개성 있는 다양한 삶의 방식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네모의 목표입니다.”

네모테크놀로지스는 아이템을 인정받아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스마트건설지원센터 보육기업으로 선정됐다. 스마트건설지원센터는 혁신기술 기반의 스마트 건설 스타트업을 육성, 지원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건설산업에 특화된 기술창업을 지원하고자 설립됐다. 입주기업에는 아이디어 구현 및 시제품 제작, 실증 프로그램과 성장 단계별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해 투자와 판로개척, 홍보 등 스마트 건설 기업들이 사업 운영 전반에 걸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초기 건축기술기업은 기술개발뿐 아니라 실증, 시험과 인증, 사업화, 판로 확보를 동시에 해결해야 합니다. 스마트건설지원센터는 이러한 과정을 종합적으로 지원한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건설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네모의 기술을 실제 건설시장에 적용하기 위해 어떤 성능을 검증하고 어떤 인증을 준비해야 하는지 구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기술개발 방향을 시장과 제도에 맞게 점검하고, 제품의 객관적인 성능을 입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센터를 통해 다른 스마트건설기업과 교류하고, 건설사와 투자기관, 공공기관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얻고 있습니다.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으로는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데, 실증과 사업화, 홍보와 네트워킹을 연결해 준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네모가 단순한 건축 아이디어에서 실제 제품과 시공사례를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스마트건설지원센터가 든든한 성장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설립일 : 2024년 9월
주요사업 : 지속가능한 탈현장 건축 솔루션, AI·IoT 기반 스마트 건설
성과 : 탈현장 건축 시스템을 실제 제품으로 구현, 해체와 이축 가능성을 실제로 검증, 건축 성능을 수치로 확인, 실제 고객 수주를 통해 시장성을 검증, 건축 이후의 데이터 사업 기반 구축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