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사라진 도쿄 34일째 '비'…140년 만에 무슨 일이

입력 2026-09-29 14:46
수정 2026-09-29 14:53


일본 도쿄에서 한 달 넘게 하루도 빠짐없이 비가 내렸다. 여름 장마철도 아닌 가을 문턱에 세워진 이례적인 기록이다. 장기간 이어진 비로 9월 강수량은 평년의 3배 수준까지 불어났고, 일조시간은 역대 두 번째로 적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29일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도쿄 지요다구의 도쿄 기준점에서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날까지 34일 연속 강우가 관측됐다. 극히 적은 양의 비가 내린 날까지 포함해 하루도 빠짐없이 비가 기록된 것이다. 1886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긴 연속 강우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19년 6월 27일부터 7월 29일까지 이어진 33일이었다. 당시에는 본격적인 여름 장마 기간이었지만, 이번에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에 한 달 넘게 비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장기간 비가 이어진 것은 가을비 전선이 서일본에서 동일본 태평양 연안을 따라 좀처럼 물러나지 않은 영향으로 분석된다.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전선으로 반복적으로 유입된 데다 24호, 25호, 26호 태풍이 잇따라 일본 열도 주변으로 접근하면서 비구름이 계속 발달했다.

기상청은 이날도 가을비 전선이 혼슈 남쪽 해안에 정체하면서 도쿄 도심에서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고 전했다. JR도쿄역에서는 출근길 직장인과 여행객들이 우산을 쓴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요코하마시에 사는 한 회사원은 “매일 습기가 심하고 기분까지 가라앉는다”며 “빨리 맑고 상쾌한 가을 날씨가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숫자로도 유난히 축축했던 9월이 확인된다. 도쿄 도심의 이달 1~27일 누적 강수량은 621.5㎜로 평년의 약 3배에 달했다. 역대 9월 최대 강수량인 1958년의 670.9㎜에도 바짝 다가섰다.
반대로 같은 기간 일조시간은 45.8시간에 그쳤다. 평년의 약 40% 수준으로 역대 두 번째로 적었다. 도쿄뿐 아니라 요코하마 등 간토 지방 곳곳에서도 비슷한 흐린 날씨가 이어졌다.

태풍도 비를 거들었다. 지난주에는 25호 태풍 두쥐안이 도쿄와 간토 지역에 큰비를 뿌린 데 이어 26호 태풍 수리개가 일본 남쪽 해상에서 접근하고 있다. 수리개는 29일 오전 6시 기준 동북동 방향으로 이동 중이며 중심기압은 985헥토파스칼,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은 초속 30m다.

일본 기상청은 수리개가 다음달 1일께 이즈제도 인근 해역을 통과한 뒤 2일께 일본 동쪽 해상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혼슈 본토에 직접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 등 간토 지방에는 30일에도 비가 예보돼 연속 강우 기록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일본 기상청은 장마철에는 비가 이어지는 날이 적지 않지만,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에 이처럼 장기간 비가 계속되는 것은 드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다음달 1일 이후에는 가을비 전선의 정체가 차츰 해소되면서 간토 지방에서도 모처럼 햇볕을 볼 수 있는 날이 늘어날 전망이다. 한 달 넘게 우산을 놓기 어려웠던 도쿄 시민들에게도 비로소 ‘가을다운 가을’이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