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우회로 다시 열렸다…사우디, 얀부항 선적 정상화

입력 2026-09-29 12:33

사우디아라비아가 친이란 세력의 드론 공격으로 가동을 멈췄던 동서 횡단 송유관을 복구하고 홍해를 통한 원유 수출을 다시 시작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를 우회하는 핵심 수송로가 복원되면서 유가 상승 압력이 완화될지 주목된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전날부터 홍해 연안 얀부항에서 동서 송유관을 거친 원유의 유조선 선적을 재개했다.

복구된 송유관의 처리 물량은 현재 하루 350만배럴 안팎이다. 사우디 동부 페르시아만 유전지대에서 홍해 얀부항까지 약 1200㎞를 잇는 이 송유관은 하루 최대 700만배럴의 수송 용량을 갖추고 있다. 이 중 200만배럴가량은 자국 정유시설에 투입되고 나머지는 수출용으로 배정된다. 평시에는 주로 해상 경로를 활용해 최대치로 가동되지 않았으나, 2월 말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통항 차질이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의 대체 경로로 부상했다.

지난 10일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세력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드론 공격 직전까지 이 배관망을 통해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4%에 해당하는 하루 400만배럴이 운송됐다. WSJ는 송유관 정상화로 원유 수송 대체 통로가 열리면서 유가를 지렛대 삼아 협상력을 높이려던 이란 측 전략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사우디는 얀부항 수출 재개와 더불어 걸프 해역을 통한 위험 수송도 병행하고 있다. 선박식별장치(AIS)를 끈 채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온 뒤 안전 해역에서 원유를 환적하거나 오만 인근 해역에서 아시아 고객사에 화물을 인도하는 식이다. 해운 데이터 분석업체 케플러는 사우디 라스타누라항의 원유 선적량이 이달 초 하루 150만배럴에서 최근 650만배럴 수준까지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두 경로의 수송량이 동시에 뒷받침될 경우 공급난이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마드 후세인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걸프 지역 선적량과 얀부항 수출 물량이 함께 유지되면 사우디 전체 원유 수출량이 피격 이전 수준을 웃돌며 유가 하향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홍해 남단 바브엘만데브 해협 일대에서 에너지 인프라와 선박을 겨냥한 예멘 후티 반군의 위협이 지속되고 있어 얀부항 중심의 원활한 수송 유지 여부는 여전히 변수로 꼽힌다.

선적 재개 소식이 전해진 직후 국제 유가는 상승 폭을 일부 반납했으나,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105달러를 웃돌며 강세를 이어갔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