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개최 34주년을 맞은 독일 하노버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6’의 화두는 수소연료와 급속 충전, 자율주행 등 첨단 모빌리티 기술이었다. 독일 폭스바겐과 다임러트럭 등 유럽 상용차 시장 강자에 맞서 미국 테슬라와 중국 비야디(BYD)가 신기술을 선보이며 맞불을 놨다. 기아는 대형 전기 목적기반차량(PBV)인 PV7을 공개하며 경상용차(LCV) 부문 강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 상용차 신기술 선보인 美·中 자동차 업체지난 14일 하노버 전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끈 곳은 테슬라 부스였다. 내년 유럽 인도를 앞둔 대형 전기 트럭 ‘세미’의 사양을 처음으로 공개하면서다. 배터리 셀 수급 문제로 양산이 여러 차례 미뤄졌지만, 주행 성능을 대폭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유럽형 세미 스탠더드 레인지 모델은 1회 충전으로 약 550㎞를 달릴 수 있다. 전력 소비량은 1㎞당 약 1.0킬로와트시(㎾h), 최대 충전 속도는 800㎾다. 30분 충전으로 배터리 용량의 60%를 채울 수 있다. 돌출형 사이드미러 대신 카메라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을 달아 총 10개 카메라로 360도 시야를 확보한 것도 북미 사양과 다른 점이다. 완전자율주행(FSD) 기능 적용을 위한 시험도 유럽 현지에서 진행 중이다.
중국 완성차 브랜드는 전동화는 물론 자율주행으로 시선을 옮긴 모습이었다. BYD는 장거리 전기 트랙터 ‘ETT44’와 최장 750㎞ 주행이 가능한 ‘ETH28’을 부스 전면에 배치했다. 광저우자동차그룹(GAC)은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니AI와 손잡고 운전자 1명이 선두 차량을 몰면 4대의 무인 트럭이 뒤따르는 ‘1+4 군집주행 로보트럭’을 공개했다.
장거리 운송의 핵심 대안으로 꼽히는 수소 기술도 잇달아 등장했다. 도요타는 기존 네덜란드 VDL에 더해 이탈리아 이베코와 스웨덴 스카니아 등 유럽 상용차 제조사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야스이 신이치 도요타 유럽법인 CTO는 “수소 사회 확대를 위해 제조사와 공급사, 정부 간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요타는 2028년 1회 충전으로 400㎞ 이상 주행하고 2.5t 견인력을 갖춘 픽업트럭 ‘하이룩스 FCEV’도 유럽 시장에 투입하기로 했다. 다임러트럭·볼보트럭·MAN 등 유럽 완성차 업체는 수소트럭과 함께 주행거리 700㎞급의 순수 전기트럭 풀라인업을 선보이며 안방 사수에 나섰다.
◇ 밴 시장 정조준한 기아…PV7 최초 공개기아는 대형 전기 목적기반차량(PBV)인 PV7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유럽 밴 시장을 정조준했다. 최신 인포테인먼트 및 인공지능(AI) 기능, 긴 주행거리 등을 앞세워 폭스바겐, 포드 등이 장악한 시장에서 유의미한 점유율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PV7은 카고 롱 모델과 패신저 롱 모델 등으로 구성됐다. 카고 모델은 짐을 싣는 데 특화됐고, 패신저 모델은 많은 승객이 탑승할 수 있도록 설계된 차량이다. 롱 모델보다 길이가 짧은 컴팩트 모델 등 23종의 PV7 파생 모델은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출시 일정과 관련해 “내년 6월 생산을 시작해 같은 해 하반기 국내와 유럽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후속 모델인 PV9도 2029년 출시할 계획이다.
PV7은 PBV 전용 전동화 플랫폼 ‘E-GMP.S’를 기반으로 제조됐다. 이 때문에 넓고 평평한 실내와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용도에 맞춰 구조를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고전압 NCM(니켈·코발트·망간) 삼원계 배터리를 장착해 롱레인지 모델은 1회 충전으로 460㎞ 이상(WLTP 기준) 주행할 수 있다. 차체 길이(전장)는 롱 모델 기준 5350㎜에 달한다. 현대자동차 스타리아(5255㎜) 보다 차체가 길다. 차량 적재량과 승차 인원을 충분히 확보해 여객 및 배송 등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차량폭(전폭)은 1995㎜, 차량 높이(전고)는 1990㎜다. 디자인은 ‘원 박스’ 실루엣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기아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플레오스 커넥트’와 생성형 AI 에이전트 ‘글레오 AI’ 등을 적용한 것도 특징이다. 송호성 사장은 “대형 밴은 경상용차 시장의 메인 세그먼트이자 가장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라며 “PV5를 통해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동급 최고 성능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가 주최하는 IAA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전시회다. 홀수 해에는 승용차를 중심으로 하는 ‘IAA 모빌리티’가, 짝수 해에는 상용차를 다루는 IAA 트랜스포테이션이 각각 뮌헨과 하노버에서 열린다.
하노버=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