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10명 중 6명은 현재 취업시장을 어려운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법정 정년이 연장될 경우 기업 신규채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은 80%를 넘어섰다. 경력직 중심 채용 확대, 채용 감소, 인공지능(AI) 활용에 따른 인력 수요 축소가 청년들이 체감하는 취업난의 주요 배경으로 꼽혔다.
29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발표한 '청년 취업 트렌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62.9%는 최근 청년 취업시장이 전반적으로 "어렵다"고 답했다. '약간 어렵다'는 응답이 31.9%, '매우 어렵다'는 응답은 31%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20~34세 청년 1052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30일부터 8월13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진행됐다. 구직자·취업자가 각각 526명씩 참여했다.
취업시장이 어렵다고 답한 청년들에게 이유를 묻자 '경력자 중심의 채용 가속화'를 꼽은 응답자가 49.5%(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전년 대비 채용 감소'는 49.2%, 'AI 활용 등으로 인력 수요 감소'는 49.1%로 뒤를 이었다. 37.2%는 '기업이 요구하는 스펙이 높아졌다'고 답했다. '구직자 간 경쟁이 심해졌다'는 답변도 32.6%에 달했다.
내년 채용시장 전망도 밝지 않았다. 응답자 가운데 57%는 신규채용 규모가 올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답변은 37.7%,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은 5.2%에 그쳤다.
정년 연장에 대한 청년층의 우려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법정 정년이 연장될 경우 신규채용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은 81%에 육박했다. 이 가운데 51.4%는 일부 감소, 29.6%는 큰 폭 감소를 예상했다. 신규 채용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답변은 12.4%에 불과했다. 신규 채용 감소를 예상한 비율은 지난해 같은 조사 당시(70.8%)보다 10.2%포인트 높아졌다.
채용 감소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기업 유형으로는 대기업(31.6%)이 지목됐다. 이어 공공기관 29.9%, 중견기업 22.7%, 중소기업 15.8% 순이었다. 이는 정년 연장으로 신규 채용이 감소할 것이라고 답한 8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취업 준비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청년들이 가장 중점적으로 준비한 항목은 '인턴·일경험 프로그램 참여'로 47.4%를 기록했다. 어학 점수·자격증 취득은 46.3%, 취업 설명회·박람회 참석 등 구직활동은 36.7%, 취업 관련 학원·강좌 수강은 31.4%로 나타났다. 경총은 청년들이 직무 관련 업무 경험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회사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조건은 급여였다. '급여 수준'을 꼽은 비율이 66.6%로 절반을 넘었다. 고용 안정성은 46%, 직무 적합성·전공 관련성은 34.7%로 뒤를 이었다. 이어 기업 규모·인지도 23%, 일과 삶의 균형 16.7%, 개인의 발전·성장 가능성 15.8% 순이었다.
선호하는 일자리 형태는 거주 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수도권 청년은 대기업·중견기업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32.5%로 공무원·공공기관(28.4%)보다 높았다. 비수도권에서는 공무원·공공기관 선호도가 33.3%로 대기업·중견기업(24.1%)을 9.2%포인트 앞섰다. 경총은 비수도권의 대기업·중견기업 일자리 인프라 부족이 이 같은 차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했다.
청년들이 취업 과정에서 가장 많이 겪는 어려움은 '양질의 일자리 부족'(50.9%)이었다. 일경험·경력 부족도 49%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비수도권에선 일경험·경력 부족을 꼽은 비율이 53.6%로 수도권(46.2%)보다 높았다.
청년 취업 확대를 위한 과제로는 취업 인프라 확충이 49.6%, 청년채용 기업 지원 강화가 49.2%로 가장 많이 지목됐다. 구직 청년은 취업 인프라 확충(51.3%)을, 취업 청년은 청년채용 기업 지원 강화(50.6%)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선택했다.
류기정 경총 총괄전무는 "청년들 또한 수시·경력직 중심의 채용 트렌드를 인지하고 있으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와 직무 역량을 쌓을 기회가 부족한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미스매치 해소와 청년들의 경력 형성 지원을 위해 구직자의 역량을 높이는 취업 인프라 확충과 자발적으로 청년 고용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