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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는 영국 대법원이, 2021년에는 중국 법원이 표준필수특허에 대한 글로벌 로열티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 특허에 대한 로열티를 다른 나라 법원이 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특허 독립의 원칙과 표준필수특허
특허 독립의 원칙은 '공업소유권의 보호를 위한 파리 협약'이 정하는 국제적인 원칙이다. 특허의 심사, 특허권의 효력 및 권리 행사는 각 나라의 법에 따른다. 이 원칙과 각국 법원의 제한적 국제재판관할권 때문에 특허권자는 나라별로 특허를 등록받고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해야 하며, 소송 결과가 나라마다 달라지는 사례도 빈번하다.
그런데 표준필수특허(SEP, standard essential patent)는 사정이 복잡하다. SEP는 4G·5G와 같은 표준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특허다. SEP 특허권자는 자기 기술이 표준에 포함되는 대신 공정하고(fair) 합리적이며(reasonable) 비차별적인(non-discriminatory), 이른바 'FRAND' 조건으로 실시를 허락할 의무를 부담한다.
SEP 분쟁의 핵심은 FRAND 로열티의 결정이다. SEP 특허권자와 실시자는 장기간 협상하면서 특허침해소송으로 협상력을 높이려 하고, 각국 법원은 특허침해 여부와 함께 FRAND 조건에 맞는 협상이 이뤄졌는지 살핀다. 판결이 나올 때마다 당사자의 협상 지위가 달라지므로, 당사자는 전략적으로 유리한 국가에서 소송을 제기한다.영국 법원의 글로벌 로열티 결정
전환점은 영국에서 벌어진 미국 특허관리전문기업 언와이어드 플래닛(Unwired Planet)과 중국 화웨이(Huawei)의 소송이었다. 영국 법원은 2017년 영국 SEP를 침해한 기업에 대해 글로벌 SEP 포트폴리오 전체의 라이선스 조건을 정하고, 그 기업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영국 내 판매를 금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영국 대법원도 2020년 이를 유지했다. 한 나라의 법원이 다른 나라 특허의 로열티까지 사실상 정하게 된 것이다.
이후 영국은 SEP 소송의 주요 무대로 떠올랐다. 영국 소송 하나로 전 세계 라이선스 조건에 대한 법원의 결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법원이 관할권을 갖도록 하기 위해, 영국 특허를 보유하는 것도 중요해졌다. 반면 영국 법원이 SEP 분쟁의 실질적 최종 결정권을 가져 다른 나라의 재판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됐고, 실제로 중국 법원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중국 법원의 대응과 각국 법원의 경쟁
중국 법원은 2020년부터 소송 금지명령(ASI, anti-suit injunction)을 내려 중국에서 로열티 결정 소송이 계속되는 동안 다른 나라 법원에 글로벌 로열티 결정을 구하는 소송을 차단했다. 독일과 인도 법원은 이를 금지하는 명령(AASI)으로 맞섰고, 독일 법원이 중국 법원의 AAASI를 다시 금지하는 명령(AAAASI)까지 내리는 상황이 이어졌다.
2021년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오포(OPPO) vs 샤프(Sharp) 사건에서 중국 법원이 글로벌 SEP 라이선스 조건을 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2023년 충칭 법원은 오포 vs 노키아(Nokia) 사건에서 처음으로 글로벌 FRAND 로열티를 산정했다. (다만 중국의 ASI 정책은 EU의 WTO 제소 끝에 2025년 TRIPS 협정 위반으로 판단됐다.)
최근에는 유럽 통합특허법원(UPC)의 태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브라질 법원이 신속한 가처분 절차로 SEP 소송의 새로운 무대로 주목받는다. SEP 소송 재판권을 두고 각국 법원이 경쟁하는 양상이다.한국 기업과 실무가에게 주는 시사점
국내에는 SEP를 보유한 기업과 연구기관은 물론 SEP를 활용하는 기업도 매우 많다. 우리 기업과 연구기관은 표준필수특허 획득 및 라이선싱 전략을 수립할 때 각국 법원의 동향을 염두에 두고 분쟁의 종류에 따라 최적의 무대를 찾아 협상력을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실무가들도 국제적 동향을 충분히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협력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