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의 핵전력 강화와 한미 간 협력을 '핵 전파'로 규정하며, 미국의 한국 핵추진잠수함 보유 승인이 궁극적으로 한국의 자체 핵무기 확보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이를 명분 삼아 자국의 핵무력 고도화를 정당화하고 나섰다.
29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은 '국제평화와 안전에 대한 엄중한 도전으로 되는 미국의 핵전파행위와 우리의 불변한 대응선택'이라는 제목의 비망록을 발표했다. 외무성은 미국을 "전 지구적 핵 악몽을 몰아오는 수직전파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외무성은 미국이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를 승인한 것에 대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정치·군사적 안전 환경에 새로운 불안정성을 더하는 위험한 사태 발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015년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을 거론하며 "미국이 우라늄 농축 활동 등을 인정함으로써 '준핵국가'로 도약하려는 한국의 핵 야망에 길을 터줬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저농축 우라늄 연료 사용을 앞세운 한미 핵잠수함 협조는 결국 무기급 핵물질 농축 권리와 핵무기까지 확보하려는 한국의 핵 야망을 실현해 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과거 원자력 협정 체결 과정과 과거 플루토늄 추출 정황 등을 언급하며 미국이 이를 묵인해 왔다고 주장했다.
미국·영국·호주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에 대해서도 공세를 폈다. 외무성은 오커스를 "세계 최대의 핵잠수함 동맹을 만들려는 미국의 획책"이라고 평가하며 호주로 이전될 연료로 다수의 핵탄두를 제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아태 지역 내 미국의 과거 전술핵 배치 이력과 핵무기 현대화 계획 등을 열거하며 미국이 핵확산방지조약(NPT) 질서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은 이러한 정세를 내세워 자체 핵 보유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외무성은 "미국의 핵무력 증강과 핵 전파 행위로 국제 핵질서가 붕괴 상태에 이른 상황은 우리로 하여금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며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의 행동 선택은 미국의 위협을 제어하지 못하는 엄중한 현실에 철저히 입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