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미국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인 1500억달러(약 204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추가로 단행한다. AI 인프라 투자 지속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완화된 시점을 노려 주가 부양과 주주 환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 이사회는 기존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 한도를 1500억달러 확대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4개월 전 한도를 800억달러 증액한 데 이은 추가 조치다. 이로써 미사용 잔여분을 포함한 엔비디아의 총 자사주 매입 승인 규모는 2350억달러(약 320조원)로 늘어났다. 회사는 이를 2028 회계연도까지 순차 집행할 계획이다. 이번 추가 승인액만으로도 2024년 5월 애플이 기록한 종전 최대치(1100억달러)를 넘어섰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엔비디아의 성장은 AI와 가속 컴퓨팅이라는 한 세대에 한 번 있을 플랫폼 전환이 이끌고 있다"며 "견고한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핵심 기술 투자를 이어가는 동시에 주주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지난 7월 마감한 분기에서 분기 사상 최대인 962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번 결정은 엔비디아의 주가 수익 배수가 수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나왔다. 엔비디아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최근 약 16.5배까지 하락해 2015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과거 15년 평균치(30배)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시장에선 AI 투자 열풍의 지속성과 이익 성장세 둔화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주가 프리미엄이 축소되자 경영진이 대규모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의 제이컵 본 수석분석가는 "AI 인프라 확충 속도가 과거와 같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도 하드웨어와 서비스 수요가 유지될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장중 한때 3.6% 이상 올랐다가 상승 폭을 일부 반납해 전 거래일 대비 1.68% 오른 228.8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