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수도 방콕 일대에 33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심 곳곳이 물에 잠기고 항공편 운항도 차질을 빚었다. 승무원들이 제때 출근하지 못하면서 한국으로 돌아오려던 승객 수백명이 수완나품 국제공항에서 10시간 넘게 대기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28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지난 24일부터 전날까지 방콕에서만 330㎜가 넘는 비가 내렸다고 밝혔다. 집중호우로 시내 곳곳이 침수됐고 일부 주거지역에선 물이 성인 가슴 높이까지 차올랐다.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태국 당국은 이번 홍수로 방콕에서 5만2000가구가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했다. 이재민 4900여명은 학교와 사원 등에 마련된 대피소 200여곳으로 몸을 피했다.
공항 운영에도 여파가 미쳤다. 일부 항공사 승무원들이 홍수 때문에 제시간에 출근하지 못하면서 전날부터 여객기 운항이 잇따라 지연됐다.
타이항공을 이용해 귀국하려던 한국인 수백명도 전날 밤부터 수완나품 국제공항에서 장시간 발이 묶였다.
한국인 김모씨(37)는 일가족 8명과 함께 전날 오후 11시10분 출발하는 타이항공편을 이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출발 시각은 이날 오전 1시40분으로 한 차례 미뤄진 뒤 오전 3시, 오전 4시, 오전 6시10분으로 계속 변경됐다.
김씨는 "항공사 직원은 게이트에 한 명도 없고 운항 지연과 관련한 안내도 전혀 없었다"며 "참다못해 타이항공 라운지에 직접 찾아가 문의하니 '폭우로 직원들이 출근하지 못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도 방콕에 비가 많이 와서 오후 6시쯤 공항에 일찍 도착했다"며 "14시간 넘게 아무런 공지도 못 받은 채 무작정 기다렸다"고 토로했다.
김씨가 이용하려던 항공기는 당초 일정보다 11시간30분 늦은 이날 오전 10시40분께 한국으로 출발했다. 전날 오후 11시35분 수완나품 공항에서 한국으로 향할 예정이던 다른 타이항공 여객기도 운항이 지연됐다.
폭우 피해는 방콕을 넘어 태국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태국 정부는 지난 16일부터 전국에서 발생한 홍수로 8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방콕과 논타부리주, 사뭇쁘라깐주 등은 재난 지역으로 선포됐다.
불안감이 커지면서 지난 주말 방콕 곳곳에서는 생필품 사재기까지 벌어졌다. 상점 진열대가 비자 태국 총리실이 사재기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29일까지 이틀간 방콕과 인근 3개 주 공무원에게 특별 휴무를 명령했다. 태국 정부는 "이는 (홍수로 인한) 교통 혼잡을 완화하려는 조치"라며 "이 기간 주요 업무는 부서장 판단에 따라 적절히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인 피해 가능성도 제기됐다. 현지 파타야메일에 따르면 지난 24일 태국 중부 촌부리주 파타야 인근 농쁘루 지역에서 홍수에 휩쓸려 실종된 한국인 남성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전날 오후 6시께 발견됐다. 실종 사흘 만이다.
시신은 현지 어민이 발견했으며 당시 심하게 부패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옷차림은 실종 당시 한국인이 입었던 것과 유사했다. 태국 당국은 정확한 신원과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할 예정이다.
주태국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실종된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으나 아직 정확한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현지 경찰서장과 계속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과 인접한 미얀마 남부에서도 지난 25일부터 폭우가 이어진 뒤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해 최소 7명이 숨지고 30명이 실종됐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