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포장하는 거 다 한강 포장 건이에요. 저녁까지 계속 주민이 밀려듭니다."
28일 낮 12시 30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한 매장 직원 A씨는 모둠회 포장을 하며 말했다. 옆 픽업 선반에는 '한강포장'이라고 적힌 모둠회 8개가 빼곡히 차 있었다. 영수증에는 '한강포장'이라는 글씨마다 분홍색 형광펜이 칠해져 있었다. 추석 명절이 끝난 직후인 평일 점심에도 직원은 쉴 틈 없이 보냉팩에 모둠회를 넣었다.
치킨, 김밥으로 대표되는 피크닉 음식이 달라지고 있다. 돗자리 위에 회 한 접시를 펼쳐놓는 이른바 '회크닉(회+피크닉)'이 등장했다. 수산시장에서 회를 고른 뒤 초장집에서 먹던 소비 방식에서, 회를 포장해 한강으로 가져가는 방식으로 소비 공간이 넓어진 것이다.검색량 '7배' 뛰어…수산시장엔 전용 상품까지
회크닉을 찾는 손님은 올해 봄부터 늘었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올해 봄부터 회크닉 상품을 팔기 시작했다고 한 'OO수산'은 최근 매출의 80%가 회크닉 손님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2030이 대부분이지만 최근 아저씨, 가족 단위도 회크닉 상품으로 사 간다. 매출에 도움 된다"고 말했다.
이날 매장 앞에는 '현장 구매 대기 60분'이라 적힌 표지판도 놓여있었다. A씨는 "지금 현장 주문하려면 1시간 기다리셔야 한다"며 "점심시간 때는 오래 줄 서서 기다릴 때도 있어서 20~30분 전부터 포장해서 가실 수 있게 연락드리는 거로 바꿨다. 브레이크 타임 감안하면 저녁때까지 주문이 밀린다"고 했다.
온라인에서도 '회크닉' 게시물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키워드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에 따르면 지난 8월 29일부터 이달 27일까지 네이버에서 회크닉 월간 검색량은 4460건이었다. 지난 6월 약 610건과 비교하면 7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연령별 검색 비율에서는 20~30대가 79.2%를 차지했다. 인스타그램에서도 ‘회크닉’을 검색하면 한강공원 등에서 회를 즐기는 인증 게시물이 잇따른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는 이런 수요를 겨냥한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수산시장에 직접 오지 않아도 회를 받아 갈 수 있는 픽업 서비스부터 공동구매까지, 한강에서 회를 즐기는 소비자를 겨냥한 상품을 내놓는 매장이 생겼다.
회크닉 상품을 따로 판매하지 않는 매장에서도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회크닉 전용 상품이 없는 한 수산업체 대표 B씨는 "30년 일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이번 여름 지나고 회크닉 손님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최근 많이 몰리기 시작했다. 평일 오후 회크닉 손님만 10명 이상 방문한다. 주말엔 배 이상 오고, 주로 20대 여성분들이 온다. 가끔 10대도 온다"고 했다."잼컨이라 해봤다"…2030 경험소비 일환
실제로 노량진수산시장 인근 노들섬 한강공원에서는 이날 회를 피크닉 음식으로 즐기는 20~30대가 눈에 띄었다. 대학생 커플 C씨는 "야장 문화가 늘면서 밖에서 피크닉으로 회를 먹는 문화도 퍼지는 것 같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고 처음으로 노량진시장에 회를 뜨러 왔다”고 말했다. 함께 있던 D씨는 "재밌는 콘텐츠라 해보고 싶었다"며 "날씨가 좋은 날에만 느낄 수 있는 계절의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다"고 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회크닉 열풍을 2030 소비자의 '경험소비'와 연결해 설명했다. 이 교수는 "젊은 소비자들이 무조건 돈을 아끼기보다는 같은 돈을 쓰더라도 재미와 경험을 함께 얻을 수 있는 것에 적극적으로 지갑을 여는 경향이 있다며 "소비를 포기하지 않는 대신 비용을 낮추고 경험의 가치를 높이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회크닉 역시 회를 먹는 데 드는 비용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 한강 피크닉이라는 경험을 더하는 소비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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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