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종합운동장역 일대 역세권 융·복합 도시개발사업의 토지 보상을 두고 민간 토지주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부천시 소유 토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첫 감정 이후 재감정을 거쳐 보상액이 약 102억원 늘었고, 민간 토지주들은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재결과 소송을 거쳐 1심에서 22억원의 추가 보상 판결을 받았다.
토지주들은 "시유지는 협의와 재감정으로 보상액을 올렸고, 주민들은 소송까지 해야 보상액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LH는 시유지 재감정은 "최초 감정평가 후 1년이 지나 관련 법령에 따라 재평가한 것"이라며 시유지와 민간 토지는 취득 절차 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부천시도 시유지는 민간 토지와 같은 수용재결 절차를 밟을 수 없어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28일 부천시와 LH 등에 따르면 두 기관은 2017년부터 부천종합운동장역 일원 49만823㎡에 1363가구 규모의 주택과 스포츠·문화시설, 전략산업 유치시설 등을 조성하는 도시개발사업을 공동 추진하고 있다. 길주로를 경계로 남측은 부천시가, 북측은 LH가 각각 개발한다. 당초 올해 준공이 목표였으며 현재 공정률은 약 32%다. 시유지 515억→617억…LH "1년 지나 법령 따라 재평가"LH는 2021년 여월정수장 부지 등 시유지를 감정해 보상액을 514억8300만원으로 산정했다. 부천시는 당시 감정평가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보고 보상 협의가 어렵다는 의견을 LH에 전달했다. 이후 양측 협의를 거쳐 2023년 재감정이 이뤄졌고, 보상액은 첫 감정액보다 약 102억5500만원 많은 617억3775만원으로 산정됐다.
LH는 한국경제신문에 보낸 공식 답변에서 재감정 이유에 대해 "LH와 부천시의 협의 과정 중 관련 법령에 따라 재평가한 것"이라며 "최초 감정평가 후 1년이 경과했다"고 23일 밝혔다. 이어 "시유지는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라 부천시와 협의 및 유상 취득했다"고 설명했다.
길주로 북측 민간 토지주들은 이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부천시는 감정 결과에 이의를 제기해 재감정을 거쳤지만, 민간 토지주들은 LH와 협의가 결렬된 뒤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수용재결과 이의재결을 거쳐 소송까지 제기해야 했다는 주장이다. 1심 "실제 이용상황 반영"…22억원 추가 지급 판결인천지방법원 행정1-2부(재판장 최상수)는 이 사업으로 토지가 수용된 토지주들이 LH와 부천시를 상대로 낸 수용보상금 증액 소송에서 원고 대부분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원고 4명의 청구는 기각하고, 나머지 원고들에게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수용·이의재결 보상금과 법원 감정액의 차액인 총 22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23년 6월 22일부터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이후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지연손해금도 인정했다.
LH는 "개발사업 진행 과정에서 토지 등 소유자의 보상금 증액 소송 제기는 빈번한 사항"이라며 "법원 감정인의 감정 결과가 일부 인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주민대책위원회가 항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1966년 항공사진까지 판독…"지목보다 실제 이용상황"재판의 쟁점은 토지의 '현실적인 이용상황'을 보상가에 어디까지 반영할지였다.
일부 토지는 공부상 지목이 임야였다. 토지주들은 수십 년 전부터 밭과 논, 과수원 등으로 써 온 만큼 실제 이용상황에 맞춰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1966년 촬영한 항공사진까지 판독하는 감정을 진행했고, 일부 토지가 당시 이미 밭과 논, 과수원 등으로 이용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토지보상법상 보상액은 원칙적으로 가격시점의 현실적인 이용상황과 객관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봤다. 공부상 지목과 실제 이용상황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불법 형질변경 토지로 단정할 수 없고, 관련 법 시행 이후 불법 개간됐다는 사실은 이를 주장하는 쪽이 입증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개간 허가 등의 대상에 해당함에도 허가 없이 개간됐다는 점에 관해 피고의 주장·증명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임야로 평가됐던 일부 토지는 밭과 논, 과수원, 대지 등으로 재평가됐다. 다만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이후 허가 없이 잡종지나 나대지 등으로 바뀐 부분은 불법 형질변경으로 보고 현재 이용상황을 보상가에 반영하지 않았다. 토지주 "시는 재감정, 주민은 소송"…市·LH "취득 절차 달라"부천종합운동장역 일원 역세권 융·복합 도시개발사업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부천시는 시유지 보상액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자 LH와 협의해 재감정을 했지만, 민간 토지주들은 수년간 재결과 소송을 거쳐야 했다"며 "시가 토지주들과 함께 보상 문제 해결에 나섰다면 사업이 지금처럼 늦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천시는 시유지와 민간 토지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유지는 관련 법령상 민간 토지와 같은 수용재결 절차를 밟을 수 없어 LH와 별도로 협의했다는 설명이다. LH 역시 시유지는 공유재산 관련 법률에 따라 부천시와 협의해 유상 취득했으며, 재평가도 최초 감정평가 후 1년이 지나 관련 법령에 따라 진행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사업 일정과 관련해 LH는 "도시개발지구에 편입된 토지 등에 대해 보상 절차를 마친 뒤 주민 이주와 지장물 철거 등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준공 시점은 이번 답변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1심으로, 항소심에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법원이 일부 토지에 대해 공부상 지목이 아닌 실제 이용상황을 보상평가에 반영해야 한다고 판단한 만큼, 항소심 결과에 따라 추가 보상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부천=정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