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항 친수공원 인공수로에 들어온 상어 '부캉이'가 열하루째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추석 연휴 동안 전국에서 인파가 몰렸고, 700억원대 예산을 들인 국제행사보다 많은 방문객을 불러모으며 화제가 됐다. 그러나 관계기관은 더 이상 자연 이탈을 기다리기 어렵다고 보고, 이르면 29일부터 외해 유도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28일 부산시설공단에 따르면 북항 친수공원 방문객은 19일 8800명에서 23일 3만7000명으로 늘었다. 연휴 첫날인 24일에는 10만1000명, 추석 당일인 25일에는 13만6000명을 기록했다. 비가 내린 26일에도 14만 명이 찾았다. 공단이 집계를 시작한 19일 이후 누적 방문객은 27일 기준 56만 명을 넘어섰다. 이 공원의 평소 휴일 방문객은 2000명 안팎이다.
같은 기간 전남 여수에서 열린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와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하다. 직접 사업비 713억원이 투입된 섬박람회는 추석 당일 6만7000명이 찾아 지난 5일 개막 이후 하루 최다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같은 날 북항 방문객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다만 지역과 행사 성격, 집계 방식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부캉이는 몸길이 3~3.5m로, 국립수산과학원(수과원)은 무태상어로 추정하고 있다. 무태상어는 보통 3m 안팎까지 자라기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대 4m까지 자라는 흑상어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상어는 18일 오전 9시께 수심 약 3m의 수로에서 행인의 신고로 처음 발견됐다. 물고기를 쫓다가 수로까지 들어온 것으로 추정됐다. 수로가 안쪽으로 휘어진 구조여서 출구를 찾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발견 당일 해경이 연안구조정과 경비정을 투입해 외해로 유도하려고 했다. 그러나 좁은 수로에서 계속 몰아붙이면 상어가 공격성을 보이거나 스트레스로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는 수과원 권고에 따라 철수했다.
연휴 동안 자연 이탈을 기다리던 수과원의 판단도 달라졌다.
북항이가 굶을까 걱정한 탓인지, 먹이를 던져주는 관람객도 있었다. 지난 23일 오전 7시30분께 북항 친수공원에서 수면 가까이 헤엄치는 상어를 향해 한 방문객이 물체를 던지는 영상이 SNS에 퍼졌다. 현장 목격자는 던진 물체가 죽은 우럭이었다고 전했다. 주변 시민이 말리자 이 방문객은 상어도 밥은 먹어야 한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이 밖에 생닭이나 냉동 생선을 던졌다는 목격담이 잇따랐다. 상어를 보다가 물에 빠뜨린 휴대폰을 찾으려고 수로에 직접 들어간 남성도 목격됐다. 전문가들은 먹이를 던지는 행위가 상어를 자극해 공격성을 불러올 수 있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수로에는 숭어·전갱이 등 먹잇감이 있지만, 폭 수십m, 수심 3m 남짓한 수로는 넓은 바다에 사는 상어가 먹이활동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무태상어가 주로 먹는 고등어·방어는 수로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배가 고파지면 스스로 나갈 수도 있지만, 기력이 떨어지면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수로 안에서 폐사할 가능성이 있다.
해외에서도 좁은 물길에 갇힌 대형 해양동물의 운명은 엇갈렸다. 2004년 9월 미국 매사추세츠주 우즈홀 인근 노숀섬의 얕은 석호에는 무게 약 770㎏인 암컷 백상아리가 들어왔다. 이 상어는 약 2주간 머물렀다. 당시에도 상어를 보려는 구경꾼이 몰려 당국이 주변 해역 출입을 통제했다. 결국 현지 어민과 연구진이 그물과 보트로 상어를 출구 쪽으로 몰아 바다로 돌려보냈다. 부캉이 유도 방안의 선례로 꼽히는 사례다.
반면 2006년 1월 영국 런던 템스강에 나타난 몸길이 약 6m의 북방병코고래는 구조 과정에서 폐사했다. 국회의사당 앞까지 거슬러 올라온 이 고래를 보려고 수천 명이 강변에 모였다. 구조팀은 크레인으로 고래를 바지선에 옮겨 바다로 이송했지만, 고래는 도중에 경련을 일으키다가 숨졌다. 부검 결과 사인은 탈수와 근육 손상, 신부전이 겹친 것으로 나타났다. 먹이를 찾지 못한 채 얕은 물에 머문 시간과 구조 과정의 스트레스가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템스강 고래는 공기로 숨 쉬는 심해성 포유류가 강으로 들어온 경우라 바닷물 수로에 있는 상어와 조건이 다르다. 그래도 체류가 길어질수록, 그리고 사람의 개입이 거칠수록 위험이 커진다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부산시와 부산항만공사, 부산해양경찰서, 수과원 등 관계기관은 28일 오후 북항 친수공원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유도 방법과 역할 분담을 논의한다. 수과원은 수중에서 워터펌프로 물살을 쏘아 상어를 바다 쪽으로 유도하는 방안을 관계기관에 제시했다. 수로 폭만 한 그물을 펼쳐 이동 범위를 서서히 좁히며 출구 쪽으로 모는 방식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상어를 붙잡아 물 밖으로 옮기는 포획과 잠수사 투입은 배제했다. 수심이 얕고 상어가 수중 진동에 민감한 만큼 큰 배 대신 소형 보트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부캉이의 등장을 기후변화 신호로 보고 있다. 수과원에 따르면 수온 상승으로 고등어·방어 같은 난류성 어종이 동해와 연안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다. 이를 따라 상어가 북쪽과 얕은 바다로 접근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수과원 '2026 해양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브리핑북'에 따르면 1968~2025년 한반도 주변 표층 수온은 1.6도 올라, 전 지구 평균 상승폭(0.76도)의 두 배를 넘었다. 최근 10년간 상승 속도는 장기 평균의 약 3배에 이른다. 올해 1~8월 동해안에서 확인된 대형 상어류는 73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29마리)의 약 2.5배에 달했다.
이에 해수욕객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월 4일 강원 강릉 경포해변 개장 당일에는 경포해변 동쪽 앞바다와 안목해변 동쪽 4㎞ 해상에서 상어 목격 신고가 잇따랐고, 강릉시가 재난 문자를 보냈다. 동해안 지방자치단체들은 해수욕장 유해생물 방지망을 확대 설치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강릉시는 방지망 설치 해수욕장을 3곳에서 7곳으로 늘린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