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담배를 계속 피우는 사람, 전자담배 등 비연소형 니코틴 제품으로 전환한 사람, 담배를 끊은 사람의 심혈관질환 위험은 어떻게 달라질까.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대학교병원 공동연구진이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자료를 활용해 흡연 행태 변화에 따른 실제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대규모로 비교한 결과, 전자담배 전환은 일반담배 지속 흡연보다 위험이 낮았지만 위험 감소 폭은 완전 금연에 미치지 못했다.
이번 연구는 전국민 건강보험과 건강검진 자료를 기반으로, 일반담배 흡연자가 이후 어떤 선택을 했는지에 따라 집단을 나누고 질환 발생을 장기간 추적했다. 일반담배를 계속 피운 집단과 일반담배·전자담배 병용 집단, 비연소형 니코틴 제품 전환 집단, 금연 집단의 심혈관질환 위험을 실제 의료 데이터로 비교했다.
연구진은 2014~2015년과 2018년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을 모두 받은 국내 성인 남성 515만9538명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이후 2019년 말까지 추적 관찰해 흡연 방식의 변화와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 간 연관성을 살폈다. 연구 결과는 2021년 국제학술지 ‘서큘레이션(Circulation)’에 게재됐다.
기존 전자담배 연구는 독성물질 노출 수준, 혈압, 혈관 기능 등 중간 지표를 살피거나 비교적 작은 규모의 특정 사용자군을 분석한 사례가 많았다. 반면 이번 연구는 대규모 건강검진 및 진료 데이터를 활용해 흡연 방식 변화 이후 실제 심혈관질환이 얼마나 발생했는지를 비교했다.
연구진은 대상자를 일반담배 지속 흡연군, 일반담배와 전자담배를 함께 사용하는 병용군, 일반담배를 끊고 비연소형 니코틴 제품으로 전환한 집단, 금연군, 비흡연자군 등 7개 범주로 나눴다. 단순히 ‘흡연 여부’를 비교한 것이 아니라, 일반담배를 끊은 뒤 전자담배를 사용했는지, 금연 상태를 유지했는지에 따른 차이를 구분해 봤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자담배 전환, 심혈관질환 위험 낮췄지만...일반담배를 계속 피운 집단을 기준으로 보면, 일반담배와 전자담배를 병용한 집단의 심혈관질환 관련 위험은 17% 낮았다. 보정위험비(aHR)는 0.83이었다. 일반담배를 중단하고 궐련형 전자담배 등을 포함한 비연소형 니코틴 제품으로 전환한 집단도 일반담배 지속 흡연군보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약 19~23% 낮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전자담배가 안전하다는 의미로 확대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연구에서 위험 감소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난 집단은 전자담배 전환군이 아니라 금연 유지군이어서다. 특히 5년 이상 금연한 장기 금연자의 심혈관질환 위험은 일반담배 지속 흡연자보다 37% 낮았다. 보정위험비는 0.63으로, 비교 집단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이번 분석에서 더 주목할 대목은 금연 이후 전자담배 사용 여부에 따른 차이다. 일반담배를 끊었다고 해도 전자담배 사용을 이어간 집단은 전자담배를 사용하지 않는 완전 금연자보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았다.
금연 5년 이내의 최근 금연자 가운데 전자담배 사용자는 전자담배를 사용하지 않는 금연자보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31% 높았다. 장기 금연자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5년 이상 금연한 사람 중 비연소형 니코틴 제품을 사용한 집단의 위험은 비사용 금연자보다 70% 높았다. 각각의 보정위험비는 1.31, 1.70이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서는 ‘계속 흡연’보다는 ‘비연소형 제품으로의 전환’이, 전환보다는 ‘완전 금연’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는 방향과 연관됐다는 것이 증명됐다. 특히 일반담배를 끊은 이후에도 니코틴 제품 사용을 지속하는 것보다, 모든 담배·니코틴 제품 사용을 중단하는 금연 상태를 유지하는 편이 더 유리한 결과를 보였다.
전환 효과와 금연 효과를 구분해야전자담배를 일반담배보다 덜 해로운 대안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의는 대체로 독성 성분이나 단기 생체지표 비교에 머물러 왔다. 이번 연구는 흡연자의 실제 행동 변화와 이후 질병 발생을 연결해 봤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국민건강보험과 국가 건강검진 체계가 결합된 한국의 데이터 환경이 있었기에 가능한 분석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번 연구는 관찰연구이므로 전자담배 전환이나 금연이 심혈관질환 위험 차이를 직접적으로 ‘유발했다’고 단정하기보다는, 각 흡연 행태가 위험 변화와 연관됐다고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
연구진은 일반담배를 지속 흡연하는 사람에게 비연소형 니코틴 제품 전환은 위해를 낮추는 하나의 경로일 수 있지만 심혈관질환 위험을 가장 크게 낮춘 선택지는 전환이 아니라 완전 금연이라고 강조했다. 전자담배 전환을 금연의 종착점이 아니라, 일반담배 흡연을 중단하기 위한 과도기적 선택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