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도입한 기업은 이제 성과를 묻는다. 여러 산업의 리더로부터 AI를 어떻게 실질적인 투자수익률로 연결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자동차의 운행 원리를 떠올리면 그 실마리가 보인다. 엔진의 성능이 높아져도 목적지를 정해주지는 않는다. 어느 길을 택하고 어떻게 운행할지는 결국 운전자의 판단에 달려 있다.
출발은 도입이었다. 배포 규모와 라이선스, 절감한 시간은 AI 확산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지표다. 이제 성과를 보는 기준은 전환의 깊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세 가지로 본다. AI 활용의 폭과 깊이, 업무 속도 향상을 넘어 새로운 역량을 창출하는 힘, 사람과 AI의 역할 설계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새로운 기술을 자사 업무에 먼저 적용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 조직에서 기술을 적용하고 운용하며 얻은 경험을 제품 개선과 고객의 AI 전환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다. 이를 ‘커스터머 제로(Customer Zero)’라고 부른다.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공급망 팀의 출발점은 AI가 아니라 업무였다. ‘에이전트보다 린(lean before agents)’, AI를 적용하기 전에 업무부터 단순화하자는 접근이다. 계획부터 물류까지 이어지는 6개의 엔드투엔드 업무 흐름을 파악하고 단순화한 뒤, 공유 데이터 기반을 마련했다. 이어 계획·소싱·주문 이행·물류 전반에 목적별 에이전트 70개 이상을 적용했다. 그 결과 선정된 워크플로의 업무 처리 주기가 75% 단축됐다.
교훈은 분명하다. 문제가 있는 프로세스에 에이전트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를 먼저 단순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이 업무를 바꾸기를 기대한 것이 아니라, 업무를 재설계해 기술이 성과를 낼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다.
순서만큼 역할 설계도 중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 영업팀은 조사와 분석, 업무 조율을 에이전트에 맡기고, 담당자가 고객 대응과 중요한 판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역할을 나눴다. 에이전트가 업무를 지원하되, 판단의 품질과 최종 결정은 사람이 책임지는 구조다. 그 결과 시범 그룹의 인당 매출은 9.4% 늘고 계약 체결 속도는 20% 빨라졌다.
에이전트의 가치는 초기 선도 산업을 넘어 더 넓은 현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제조와 금융, 소프트웨어·기술 산업이 초기 도입을 이끌었다면, 최근에는 자동차와 헬스케어 분야에서 도입이 빠르게 늘고 있다. 활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기존 업무의 흐름이 AI와 함께 일하기에 적합한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소규모 팀의 힘도 일하는 방식에서 나왔다. ‘코파일럿 코워크’의 핵심 개발팀은 엔지니어 3명으로 시작해 출시 때도 9명뿐이었다. 그럼에도 6개월 만에 포춘 500대 기업 절반이 사용하는 제품으로 성장했다. 에이전트와 함께 개발 방식을 다시 짠 이른바 ‘프론티어 팀’의 성과다. 기술의 진보를 지속 가능한 경쟁력으로 바꾸는 힘은 결국 운영 모델의 변화와 사람의 주도성에서 나온다.
AI라는 엔진은 기업의 가능성을 넓힌다. 그러나 원하는 목적지에 이르는 성과는 엔진의 성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같은 기술도 조직이 일하는 방식에 따라 다른 가치를 창출한다. AI를 갖춘 기업과 AI로 일하는 기업의 차이도 여기서 시작된다. AI 전환의 다음 여정, 프론티어 전환으로 나아갈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