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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유럽에서 전기자동차 판매량이 휘발유·경유차 판매량을 사상 처음으로 앞질렀다. 중국의 저가 공세로 전기차 구입 문턱이 낮아진 데다 독일과 프랑스 등이 새 구매보조금 제도를 도입하면서 전기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 등에 따르면 지난달 유럽연합(EU) 27개국과 영국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위스 등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가 24만3207대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8월(15만9794대)과 비교해 8만3413대(52.2%) 증가했다. 지난달 처음으로 휘발유·경유차 판매량(20만2931대)도 넘어섰다.
전체 자동차 판매량 중 전기차 판매 비율은 29.2%로 30%에 육박했다. 하이브리드카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판매량(36만7399대)도 증가세를 보이는 등 유럽에서 팔린 자동차 네 대 중 세 대가 친환경차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기차 판매가 급증한 것은 중국이 저가 전기차를 밀어내고 있는 데다 각국 정부가 보조금을 제공하면서 구매 문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중국 1위 전기차회사 비야디(BYD)의 소형차 돌핀은 27%에 달하는 관세를 물고도 독일에서 1만2990유로(약 2000만원)에 판매된다. 대당 2만유로를 훌쩍 넘는 소형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저렴하다.
이란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으로 유럽 내 휘발유·경유차 판매량은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달 휘발유·경유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만2054대(23.4%) 줄었다. 고유가에 내연차 인기 '뚝'…보조금 업은 전기차, 유럽 점령
유럽 전기차 8월 판매, 휘발유·경유차 첫 추월중국 1위 전기차 회사 비야디(BYD)는 이달 말까지 소형차 돌핀을 독일에서 1만2990유로(약 2000만원)에 할인 판매한다. 공식 판매 가격은 27%의 관세를 포함해 2만2990유로(약 3500만원). 하지만 BYD 자체 할인(4000유로)과 독일 정부의 보조금(6000유로)을 더해 실구매가가 확 낮아졌다. 비슷한 체급의 휘발유차인 폭스바겐 폴로 판매가 2만380유로(약 3100만원)보다 1100만원 이상 저렴하다. 대용량 배터리 등 생산 원가가 훨씬 높은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싸게 팔리는 가격 역전 현상이 본격화한 것이다. ◇ 시작된 가격 역전 현상각국 정부의 구매 보조금 지급과 중국의 저가 공세 등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유럽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휘발유·경유차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작년 9월 미국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중단으로 위기를 맞은 전기차업계가 유럽 시장 반등과 함께 활로를 찾고 있다.
유럽에서 전기차 판매가 급증한 건 각국의 보조금 정책 덕분이다. 독일은 2년 동안 중단한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올해부터 다시 시작했다. 소득이 연 4만5000유로, 자녀가 두 명 이상일 경우 대당 6000유로(약 93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올해 5월 신청 접수를 시작했으며 올해 초 등록 차량도 소급 적용한다. 프랑스는 7월 새 보조금 제도를 도입했다. 저소득층이 초기 납입금 없이 월 최대 200유로에 전기차를 빌릴 수 있는 제도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대당 최대 5700유로를 지원하는 전기차 구매 지원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영국은 가격이 3만7000파운드(약 6600만원) 이하인 차량에 최대 3750파운드를 지원하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 제도를 작년 7월 도입했다.
중국 전기차 회사는 이를 내연기관차를 따돌릴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각국 정부가 저소득층에 더 많은 구매 지원금을 주는 점을 감안해 소형차를 중심으로 파격적인 가격 할인 전략을 펴고 있다. BYD는 프랑스에서 돌핀 기본형에 3600유로의 자체 보조금을 준다. 저소득층에 지급하는 지원금 5700유로를 합하면 1만유로가 낮아지는 것이다. 중국 립모터는 영국에서 소형 전기차 ‘T03’에 자체 지원금 3000파운드를 준다.
프랑스 자동차 데이터업체 AAA데이터는 지난 1분기 프랑스 초소형 전기차의 평균 공시가격이 작년 동기 대비 12%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8%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보조금 등을 합하면 할인액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유럽 내 자동차 회사도 2만유로대 전기차를 내놓는 등 저가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저가 경쟁으로 문턱 낮아져휘발유·경유차에는 악재가 쏟아지고 있다. 중동 전쟁발(發) 유가 상승으로 전기차의 운행비 절감 효과가 커진 게 대표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연합(EU) 지역 전기차 소유주는 내연기관 차량 소유주에 비해 연 1200달러의 연료비를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올 4월 기준 연 1900달러로 50% 이상 올랐다. 주행거리가 긴 기업용 차량은 비용 절감 효과가 더 크다는 게 IEA의 설명이다.
정부의 배출 규제도 내연기관차 수요를 압박한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부터 탄소배출 부담금과 기업용 차량 관련 과세를 높이면서 법인 차량의 전기차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전기차가 신차 판매의 30%에 육박하면서 향후 판매량 증가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의 판매 전략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현지에선 고가 모델로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던 업체들이 소형 전기차와 보급형 SUV를 늘려 점유율을 높이는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정부 보조금 지급 기준에 맞춰 가격을 책정하고 자체 할인을 추가해 소비자의 구매 부담을 낮추는 전략도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우섭/정상원/양길성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