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째 묶인 상속세 공제…낡은 세제가 부른 '자동 증세' 멈춰야 [사설]

입력 2026-09-28 17:38
수정 2026-09-29 05:55
30년째 묶인 상속세 공제는 사실상의 ‘자동 증세’다. 집값과 물가는 뛰는데 공제 기준은 제자리다 보니 극소수 세금이던 상속세가 수도권의 평범한 주택 보유층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상속세 부과가 결정된 피상속인(사망자)은 2만2524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서울에선 8383명으로 연간 사망자의 16%에 달했다. 2005년 전국 사망자의 0.7%에 불과하던 상속세가 이제 서울에서는 사망자 6명 중 1명꼴로 부과되고 있다. 결정세액은 지난해 8조9345억원으로 최근 5년 새 두 배 넘게 늘었다. 상속세 공제 기준이 1997년 이후 30년 가까이 묶여 있는 탓이다. 일괄공제 5억원과 배우자공제 최저 5억원이 그대로인 사이 서울 아파트 평균값은 16억원을 넘어섰다. 세율을 올리지 않았는데도 과세 대상이 저절로 늘어난 것이다.

증여세도 마찬가지다. 성인 자녀가 부모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을 때 적용되는 5000만원 공제는 2014년 이후 10년 넘게 묶여 있다. 정액공제를 고정하면 세율을 올리지 않아도 물가와 명목소득, 자산 가격 상승만으로 세 부담이 증가한다. 물론 재산 가치가 상승해 실질적인 세 부담 여력이 생겼다면 적정한 과세가 필요하다. 상속·증여세 부과에 따른 부의 재분배 기능도 무시할 수 없다. 문제는 세율은 그대로인데 물가 상승만으로 납세자를 늘리고 세금 부담이 저절로 커지는 ‘인플레이션 증세’ 구조다.

상속세 공제를 올려야 한다는 데는 이재명 대통령도 공감했다. 지난해 9월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아파트) 18억원까지는 세금 없게 해주자”며 상속세법 개정을 주문했다. 공제 금액을 올려 세금 때문에 이사하지 않고 계속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정부와 국회는 자산 가격 상승과 경제 규모 확대라는 변화한 여건을 반영해 30년간 굳어 있던 상속세 공제액부터 조속히 현실화해야 한다. 주요 정액공제를 물가에 연동해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유산취득세 전환 등 상속세 과세체계 전반의 개편도 필요하다. 세율을 건드리지 않고 물가가 세금을 올리게 방치하는 것은 합리적인 조세정책이라고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