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증시 선진화, 장기 자금 유입이 중요하다

입력 2026-09-28 17:53
수정 2026-09-29 00:49
인공지능(AI) 붐과 반도체 기업의 실적 기대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는 지난 6월 22일 9000 넘게 올랐다. 다음 날 지수는 10% 가까이 폭락했고, 7월 말에는 6000선까지 밀렸다. 한 달여 만에 고점 대비 34% 빠진 것이다. 고점에서 산 개인투자자는 아직 손실을 안고 있다.

정부로서도 고민이 클 것이다. 주가가 단기간에 폭락했고 부양책을 바라는 기대도 크니, 정책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정책은 주가를 잠시 올릴 수는 있어도 꾸준히 오르게 하기는 어렵다. 필자가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정책의 목표는 코스피 5000이나 10,000 같은 주가가 아니라 꾸준한 수익률이어야 한다.

주가 목표는 단기 급등을 부추긴다. 단기 급등은 과열로 이어지고, 과열은 꺼지게 돼 있다. 지난 6~7월의 급등락이 이를 보여준다. 주가가 목표가 되면 연기금의 리밸런싱(자산 재배분)에도 부담을 주게 된다. 국민연금은 올해 초 국내 주식 비중이 허용 범위를 넘었지만 주식 비중을 줄이지 않았다. 상승장에서 주식 비중을 줄이지 못한 연기금은 7월 급락장에서 주식을 살 여력이 크지 않았다.

주가 상승률은 매년 10~15%면 충분하다. 연 10% 복리 수익률이 쌓이면 7000이던 지수는 10년 뒤 약 18,000이 된다. 미국의 S&P500지수가 장기 투자처로 전 세계 기관 자금의 신뢰를 얻은 이유는 꾸준한 수익률에 있다. 배당을 포함한 S&P500지수의 지난 10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높지 않더라도 꾸준한 장기 수익률, 급락하더라도 곧 반등하는 회복력에 그 매력이 있는 것이다.

한국 주가의 방향은 개인보다 기관과 외국인 자금을 따라가는 것이 현실이다. 즉 주가가 안정적으로 오르려면 기관과 외국인의 장기 자금이 들어와야 한다. 단기 투자가 성행하고 변동성이 심한 시장은 외국인 장기 자금에 매력이 없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다. 튼튼한 시장은 외국인 장기 자금을 불러오고, 외국인 장기 자금은 시장을 더 튼튼하게 한다. 이 문제를 푸는 방법으로 국내 기관 장기 자금의 주식시장 유입과 장기 투자를 장려하는 세제 등을 고려할 수 있다.

공공기금 여유자금의 효율적 통합 운용을 위한 연기금 투자풀이라는 제도가 있다. 이 연기금 가운데 상당 부분은 단기 현금성 투자로 운용되고 있고 여유자금의 풀링(통합 운용)을 통한 주식시장 유입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국내 연기금의 성과 평가 또한 단기 평가 위주이기에 그해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에 투자한 담당자가 책임지게 된다. 담당자가 금융 전문가가 될 때쯤이면 순환보직으로 부서를 옮기기도 한다. 연기금 평가와 운용 체계를 개선해 이 자금이 장기 투자로 이어지게 할 필요가 있다.

퇴직연금도 사정이 비슷하다. 적립금은 500조원을 넘었지만 10년 평균 수익률은 2.6%에 그친다.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에서도 적립금의 80% 이상이 원리금 보장 상품에 머물러 있다. 미국에서는 퇴직연금 자금 중 큰 비중이 공모펀드에서 투자된다. 이 자금은 미국 증시의 장기 자금 기반 가운데 하나다. 퇴직연금의 주식시장 유입은 국내 장기 자금 기반을 키우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양도소득세 없이 증권거래세만 매기는 현행 세제는 단기 투자를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 소액주주에게는 주식을 하루 보유하고 판 차익과 10년 보유하고 판 차익이 똑같이 비과세된다. 세제가 보유 기간을 구분하지 않으니 장기 투자 시 돌아오는 혜택이 없다. 증권거래세는 세율이 낮아 단타를 부추기고, 국내 주식 상장지수펀드(ETF)는 그마저 면제된다. 증권거래세를 없애고 단기 매매 차익에는 양도소득세를 매기되 장기 보유 차익은 면세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목표를 둔다면 연 10% 장기 수익률이다. 연 10%를 꾸준히 쌓아 가는 것이다. 그런 시장을 조성하는 것이 증시 선진화이고, 그 출발점은 장기 자금 유입이다. 연기금은 리밸런싱을 규칙대로 하고, 공공기금과 퇴직연금은 주식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제도를 고칠 필요가 있다. 세제도 장기 투자를 우대하는 쪽으로 바꾸면 된다. 국내 장기 자금이 많아지면 외국인 장기 자금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