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로보택시 기업은 왜 서울을 노리나

입력 2026-09-28 17:47
수정 2026-09-29 00:50
지난 7월 알파벳의 자율주행 회사 웨이모가 한국 법인을 세웠다. 중국 바이두가 한국에 진출한 지 석 달 만이다. 글로벌 ‘빅2’ 로보택시 기업이 찾은 한국은 정작 완전 무인 자율주행(레벨4)이 금지돼 있다. 이들의 속셈이 뭘까.

답은 ‘자율주행의 천국’인 미국 텍사스에서 엿볼 수 있다. 테슬라는 이달 초 신형 로보택시 ‘사이버캡’ 서비스를 오스틴에서 시작했다. 자율주행 트럭 업체 오로라이노베이션은 댈러스와 휴스턴을 잇는 I-45 고속도로에서 매일 화물을 싣고 달린다. 이곳에서 상용 서비스를 하는 기업만 8곳에 달한다.밀집한 시장이 경쟁력기업 활동의 자유를 중시하는 주답게 텍사스는 상업용 자율주행 허가에 관대하다. 사시사철 날씨가 화창해 악천후로 인한 사고 위험도 작다.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하기에 최적지인 셈이다. 그러나 자율주행의 천국이 곧 돈이 되지는 않는다. 인구 밀도가 낮아 투자 대비 충분한 수익을 거둘 수 없다. 웨이모가 최근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 등 광역도시권에 법인을 세우고 서울로 진출한 것도 결국 이익을 내기 위해서다.

카카오, 토스(비바리퍼블리카), 당근 등 굴지의 한국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기업을 키워낸 벤처투자자 에릭 김 굿워터캐피털 창업자는 기자에게 “한국은 소비재 기업의 천국”이라고 말했다. 서울 광역권에는 2600만 명이 모여 살고 있다. 이들이 거래하며 수많은 데이터가 생겨난다. 거대한 소비시장 자체가 도시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기회에도 한국 자율주행산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교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자율주행 기술은 미국보다 13개월 이상 뒤처졌다. 미국에서는 4200대가 넘는 웨이모 로보택시가 운전자 없이 돈을 벌고 있다. 한국에선 영업 중인 무인 로보택시가 한 대도 없다.

업계는 ‘타다 후유증’을 기억한다. 당시 국회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기반해 시행되던 타다의 승차공유 서비스를 법까지 바꿔 금지했다. 혁신을 틀어막은 정치권의 이 같은 행보는 하나의 메시지로 남았다. “택시기사를 건들지 마라.”'타다 후유증'에서 벗어나야이때 이후 자율주행은 인기 없는 정책이 됐다. 정부는 2019년 “5년 뒤 레벨4 자율주행에 필요한 제도와 인프라를 완비하겠다”고 밝혔지만 2026년인 지금도 완전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없다.

타다가 살아남았더라도 웨이모 같은 로보택시 기업으로 성장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타다가 승차공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를 통해 모은 데이터가 한국형 로보택시를 시작하기에 충분한 자산이 됐을 것이다.

타다 사태를 반면교사 삼은 이들이 현재 내각의 주요 일원이 됐다는 점은 다행이다. 타다 같은 스타트업이 정치권의 반대로 사라진 점을 반성하며 더불어민주당에 세워진 연구모임이 유니콘팜이다. 이를 주도한 건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며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속해 있다. 다행히 이 장관은 지난달 “대한민국에서 다시는 타다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금 같은 한국 자율주행 시장에 ‘제2의 타다’가 도전할 수 있도록 이 장관 등이 길을 열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