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해협을 7일 내에 재개방하겠다는 이란의 제안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절했다. 미국의 봉쇄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협상으로 돌파하려는 이란의 셈법이 복잡해졌다는 평가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나는 (이란의) 제안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들은 크게 패배하고 있기 때문에 호르무즈해협을 즉시 개방하는 협상을 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은 지난 24일 열린 유엔총회에서 미국 측에 제안한 평화안을 공개했다. 이 방안에는 미국의 이란 해상 봉쇄 해제, 석유 제재 면제, 동결 자산 해제, 모든 전선에서 휴전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조건이 충족되면 7일째 되는 날 호르무즈해협을 재개방하고 평화 협상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도 이란은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아라그치 장관은 27일 SNS에 “중재국이 (미국의) 최종 의견을 전달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협상을 통한 해결책만이 그들을 이 교착상태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이 미국과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 전에 해협 개방을 원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알자지라는 “선거를 앞두고 미국이 높은 연료 가격에 시달리는 상황이어서 미국 정부가 합의에 나설 경제적 유인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이란 유조선이 잇따라 미군에 공격받거나 억류돼 원유 수출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 점도 이유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의 협상에 서둘러 응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최대 협상 지렛대인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사실상 확보했다는 이유에서다. 에너지 데이터 업체인 케이플러에 따르면 이달 들어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석유 수출량은 하루 650만 배럴을 기록했다. 6월 휴전 직후 일시적으로 하루 약 700만 배럴까지 급증한 때를 제외하면 전쟁 발발 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군의 보호 아래 원유 운반선이 해협을 통과할 수 있게 되면서 합의의 시급성이 다소 완화됐다”며 “미국은 경제적 압박을 통해 이란이 결국 미국에 유리한 합의안에 서명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중간선거 이후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 이후 폭격을 재개할 수 있다고 참모들에게 밝혔다고 전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